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3.19 22:55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PC방 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동대문구 PC방과 관련된 확진자가 27명이나 나오면서 손님의 발길은 '뚝' 끊겼다.

최근 PC방 이용률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PC방 게임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지난 2월 넷째주 PC방 총 사용시간은 약 2640만 시간으로 전주 대비 20.8%,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를 주문하면서 즉각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8일 PC방과 노래연습장, 클럽 등 다중이용시설 1만5000여곳에 대해 '밀접이용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이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은 감염관리책임자 지정, 이용자·종사자 전원 마스크 착용, 유증상자 출입금지,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 출입자 전원 손 소독, 이용자 간 최대한 간격 유지 노력, 주기적 환기와 영업 전후 각 1회 소독 및 청소 등 7가지 항목을 지켜야 한다.

PC방 업계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라는 말"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용자 간 최대한 간격 유지 노력' 항목은 명확한 기준도 없어 업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PC방을 코로나19의 온상지로 낙인 찍었다. 가뜩이나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은 곳이 사실상 '제2의 신천지예수교회'로 취급받는 셈이다. 업주들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마녀사냥'에 나선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PC방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온당할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4조2902억원에 이른다. 그뒤로도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중 PC방 시장 규모는 1조8283억원으로 전체 게임시장 규모의 12.8%를 차지한다.

PC방은 게임산업 발전을 도운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PC방 문화가 없었다면 e스포츠의 성장도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 각지의 PC방에서 게임대회가 열렸고 이를 통해 다수의 프로게이머들이 일찍부터 재능을 발견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해외 e스포츠 팬 및 언론들 역시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이 된 이유를 PC방 문화에서 찾고 있을 정도다. PC방은 그야말로 e스포츠 인재의 요람이다.

특히 PC방은 긴 시간 동안 변치않은 요금으로 사랑받아 왔다. 기자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당시 PC방 이용료는 1시간에 1000원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가끔씩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지만 여전히 보편적인 요금은 1시간에 1000원이다.

최근 PC방은 고사양 컴퓨터와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할 정도로 발전한 걸 감안한다면, 어떻게 이런 요금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궁금증은 실제로 PC방을 이용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꽤 오랫동안 PC방을 이용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최신 게임을 이용할 때는 충전한 시간보다 더 빨리 차감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PC방은 키오스크(무인단말기)로 원하는 시간만큼 요금을 선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과연 기계가 정확히 시간을 계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솟구쳤다.

기자는 실제 PC방에서 두 대의 컴퓨터로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한 대에서는 인기 게임인 넥슨의 '피파온라인4'를 플레이하고, 다른 한 대는 아무것도 안한 채 그냥 켜두기만 했다. 그 결과 두 대 모두 1시간씩 충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 게임을 이용한 쪽은 40여분만에 컴퓨터가 종료됐다.

(사진=장진혁 기자)
한 대에서는 인기 게임인 넥슨의 '피파온라인4'를 플레이하고, 다른 한 대는 아무것도 안한 채 그냥 켜두기만 했다. 두 대 모두 1시간씩을 충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 게임을 이용한 쪽은 40여분만에 컴퓨터가 종료됐다. (사진=장진혁 기자)

이와 관련, 한 PC방 관리프로그램 업체에 문의해보니 "관리프로그램에서는 유료게임 설정과 그에 따른 금액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며 "어떤 게임을 유료게임으로 설정하고 해당 요금을 얼마로 할 것인지는 개별 업주의 운영정책에 따라 다르다"고 답변했다. 같은 시간을 충전하더라도 유료게임으로 설정된 게임을 이용할 경우 추가 요금이 발생해 시간이 더 빨리 차감된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1000원에 1시간인 줄 알았지만 사실 40분이면 이용시간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피파온라인4 등 웬만한 인기 게임들은 모두 유료게임이다. PC방에서 1000원에 1시간을 이용하려면 인터넷 서핑이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수밖에 없다.

일부 PC방에 가보면 '유료게임 시간 차감'에 대한 공지가 게재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PC방에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다. 유료게임 이용시 시간 차감이 이뤄지는지 여부, 차감이 이뤄진다면 어떤 게임에 적용되는지 등을 알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PC방에서 최신 게임을 하면 이용료는 1시간에 1000원이라고 할 수 없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PC방 업계 유료게임을 이용할 경우 별도 차감이 된다는 공지를 반드시 게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PC방을 가해자로 비난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다. 그간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PC방 특성상 최저임금 상승은 치명적이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이용료를 더 받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어느 PC방을 가도 컴퓨터 성능은 비슷하기에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것은 '가격' 뿐이었다"라며 "우후죽순 늘어나는 PC방으로 인해 돈을 더 받을 수 없었고, 오늘날 대부분의 PC방이 20년 넘게 비슷한 이용료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PC방 업계는 가격을 올리지 못한 채 라면, 과자, 커피 등 식음료를 판매하며 수익을 내는 구조로 버텨왔다. PC방 이용료는 먹거리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유료게임에 대해 시간을 별도로 차감하는 업주의 상술을 놓고 대놓고 불만을 쏟아내기 힘든 실정이다.  

A씨는 "요즘은 최신 게임이 깔려있지 않는 PC방에는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라며 "인기 게임의 대부분이 유료게임이며, 대형 게임사에 월 PC매출의 20~25% 정도를 유료게임비로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PC매출이 1000만원일 경우 그중 200~250만원을 대형 게임사에 꼬박꼬박 내야 한다는 것이다.

PC방으로부터 얻는 유료게임비는 대형 게임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매달 임직원 월급과 서버 유지비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고정적으로 입금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유저들의 유료아이템 구매는 들쑥날쑥하다. 이런 면에서 게임사는 '갑'이고 PC방은 '을'이다. 

대형 게임사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경영난이 심화된 PC방 업계 지원에 대대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임대료를 적게 받는 '착한 임대인 운동'처럼 PC방으로부터 얻는 가맹비, 수수료 등을 적게 받는 '착한 로열티 운동'에 나서야 할 때다.

최근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24시간 운영제도를 폐지하거나 폐업 문의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PC방 업계가 죽는다면 대형 게임사 또한 단기적으로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다. 장기화된다면 게임 생태계마저 무너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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