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3.20 12:04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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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주도하며 일명 '박사'로 불리던 20대 남성 조 씨가 20일 구속됐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며 가벼운 자해 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현재까지 'n번방' 관련 피해자만 74명에 육박하고 조 씨의 집에서 압수한 범죄 수익은 1억3000여만 원에 이른다.

조 씨가 구속되면서 'n번방'에서 자행된 추악한 엽기범죄행각들이 부각되고 있다.

조 씨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을 이용해 자신이 제작한 성 착취 사진·영상 등을 유포하는 채팅방을 만들었고 채팅방 입장료로 수십만 원~수백만 원의 암호화폐를 받으면서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는 수사망을 피하고자 수시로 방을 없앴다가 다시 만들기도 했으며 보안을 위해 '성 착취에 가담하지 않는 참여자는 퇴장시킨다'는 어이없는 규칙을 적용하기도 했다.

처음 n번방을 만들기 시작한 건 '박사' 조 씨가 아닌 '갓갓'이라는 인물이었고, 갓갓에 이어 '와치맨'이 등장하며 지난 2016년 폐쇄된 성 착취물 유통 웹사이트 '소라넷'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등장한 박사는 더욱 자극적인 성 착취물을 유포하며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조 씨는 SNS나 익명 채팅앱 등을 이용해 피해 여성들에게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겠다며 유인했고, 급여 지급 등을 핑계로 개인 정보를 얻어낸 뒤 이를 빌미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촬영했다.

조 씨를 포함한 n번방 참여자들은 피해자들을 '노예'라는 멸칭으로 불렀다. 조 씨는 피해자의 신체 일부에 칼로 '노예'나 '박사'라는 단어를 새기게 하고 새끼손가락을 들게 하는 등 '박사의 지시에 따른 것'을 증명하도록 했다. 

심지어 시민단체에 따르면 조 씨는 피해자들에게 근친상간을 하게 하거나 인분을 강제로 먹이는 등 끔찍한 짓을 자행했으며 나체 상태에서 속옷을 머리에 뒤집어 쓰게 하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눈을 뒤집고 경련하게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강요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피해자의 개인 정보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주변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일부 피해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범행에 가담하도록 했다.

조 씨는 철저하게 텔레그램의 익명 대화방을 통해서만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했고 채팅방 입장료도 가상화폐로만 받는 등 자신의 신상이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매우 치밀하게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함께 검거된 공범들 13명 가운데 조 씨를 직접 보거나 신상을 아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고 전해졌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인물 '박사' 조 씨가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패딩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인물 '박사' 조 씨가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패딩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이들이 범죄에 사용한 텔레그램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압수수색도 어렵고 주기적으로 채팅 기록이 삭제되는 등의 특징으로 경찰의 추적에도 많은 애로사항을 야기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난 6개월 동안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 CCTV 분석, 국제공조 수사, 가상화폐 추적 등을 통해 조 씨의 신원을 특정했고 끝내 지난 16일 조 씨와 공범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조 씨를 비롯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참여자들의 끔찍한 만행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엔 20일 11시 20분 기준 26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의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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