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3.21 13:00

KF94 권고하고 재사용 금지했던 식약처, 한달여 뒤 "면 마스코도 무방, 개별공간에선 불필요" 말 바꿔

시민들이 서울의 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사)
시민들이 서울의 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코로나19 증가세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콜센터·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사태의 종식은 요원해 보인다. 국민들의 불안감 또한 여전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스크 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도 불안감 탓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할 주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다. 전염병 확산 같은 위기 상황에 믿고 따를 것은 정부 지침뿐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히려 국민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내놨던 마스크 착용 지침은 명확한 기준 없이 수차례 바뀌었다. 높은 등급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하더니, 나중에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명확하지 않은 지침이 마스크 품귀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1월 29일 식약처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KF94나 KF99 등급의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한다"고 했다. KF 뒤의 숫자는 공기를 들이마실 때 마스크가 이물질을 걸러주는 효율을 뜻한다. 숫자가 클수록 입자 차단 기능이 우수하다. 마스크를 장시간 사용하면 차단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마스크 재사용도 금했다. "면 마스크는 바이러스 차단에 제약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차단 효과가 큰 마스크일수록 원활한 호흡이 힘들어 일상생활에 부적합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용이 불편한 KF94보다 KF80을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2월 6일 중앙사고수습본부도 "KF94 이상 마스크는 의료진에게 권장된다. 일반 국민은 굳이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중수본 발표 후 식약처는 뒤늦게 KF80 착용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KF80 등급 이상 마스크를 써야 하는 대상을 ▲코로나19 의심자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사람 ▲의료기관 방문자 ▲감염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 등으로 제한했다. 

이러한 정부 지침은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변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집단감염 사태 발발로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 달라진 것은 마스크 물량뿐이었다. 식약처 지침에 따라 대중의 보건용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식약처가 권한 KF80 등급 이상 마스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정부가 마스크 대란의 주범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정부의 지침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3일 식약처는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 사용을 권했다. 혼잡하지 않은 곳이나 개별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정부 지침을 국민들이 따를 리 만무하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는 여전히 구하기 힘들다. 

바뀐 지침이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지침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마스크가 정말 없다면 면 마스크 사용 등을 참고할 만하지만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권장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재사용의 경우 필터 기능을 보존하며 살균·건조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 없다고 했다. 

건강할 경우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지침에도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일반인의 경우 지역사회 감염이 없거나 위험이 낮은 경우 마스크를 굳이 착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감염이 퍼진 대유행 시기다. 예방을 위해 마스크 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뀐 지침과 달리 여전히 오락가락한 정부의 태도도 국민의 신뢰를 잃을 만하다. 건강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는 정부는 여전히 민간에 마스크를 공급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일일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공적판매처를 통해 판매 중이다. 마스크 5부제도 도입해 주당 2장씩 마스크를 사실상 배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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