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3.20 19:55

찾아다니는 검역 어렵고 시민 비협조 겹쳐 확산일로…봉쇄로 대응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무단외출 벌금 135유로 매기는 프랑스, 개인운동·반려견 산책 '정당한 외출' 사유로 규정

(자료=이탈리아 북부동맹 페이스북)
이탈리아 야당인 극우정당 북부동맹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코로나19 관련 지원규모 비교표. 여당은 오성정당은 정부의 지원내역을 다시 뜯어보면 총 규모는 3500억 유로(470조원)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자료=북부동맹 페이스북)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에서 때 아닌 '코로나 지원금' 논쟁이 벌어졌다. 독일은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해 5500억 유로(738조원)나 지원할 예정인 데 반해 이탈리아는 고작 250억 유로(36조원)만 쓰겠다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해까지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했던 극우정당이자 코로나19 피해가 이탈리아 내에서 가장 큰 밀라노에 뿌리는 둔 북부동맹에서 나왔다. 오성운동은 현재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250억 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치료책(Cura Italia)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중소기업 보증기금 출연에 150억 유로(20조원), 보건 강화(의료진 고용, 의료기기 생산) 30억5000만 유로(4조원), 근로자 지원(무급 휴직 및 베이비시터 바우처) 10억 유로(1조3000억원)를 사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오성운동은 코로나19 관련 지원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독일 정부가 언급한 5500억 유로는 실제 정부 지출이 아니라 보증을 통해 집행될 최대 금액을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재건은행(KfW)은 독일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을 바탕으로 시중은행에 저금리로 대출자산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번 코로나19 관련 지원으로 채권이 추가 발행되면 공급될 자금이 다른 지원을 포함해 5500억 유로라는 게 이탈리아 여당 측의 설명이다.

오성운동은 독일과 같은 계산법을 따른다면 보증기금 출연으로 중소기업에게 흘러갈 자금과 그 외 지원을 포함해 총 3500억 유로(470조원)를 지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지원액이 1년 국내총생산(GDP)의 16%라면 이탈리아의 경우 19.6%에 달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탈리아에서 지원 규모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만큼 다른 유럽국과 미국도 대규모 자금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대기업 지분 인수 방안을 포함해 3000억 유로(400조원)를 직·간접적으로 시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영국과 스페인 역시 각각 3300억 파운드(485조원), 2000억 유로(270조원) 자금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8500억 달러(10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종합대책을 언급했으나 액수를 보다 늘린 1조2000억 달러(1500조원)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우선 긴급 지원을 위해 18일에는 성인 1명당 1000달러(128만원), 아동 1명당 500달러(64만원)의 수표를 3주내로 지급할 뜻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지원규모는 유럽과 미국보다 다소 적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긴급 경영자금 신규 지원은 12조원으로 늘리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특례보증은 5조50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조치의 핵심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책이 부족하다기보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선진국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게 현지의 목소리다. 특히 시민들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사태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A씨는 “도시간 이동과 불필요한 외출을 금지하는 봉쇄조치가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이제 시작이고 경제에 미칠 파장이 한국보다 훨씬 클 텐데 상당히 비협조적인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로마 유학생 B씨는 정부의 봉쇄정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다고 느껴 귀국을 결정했다. 시민들은 봉쇄조치 발표 이후 별도 외출사유서 양식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사유를 기입하고 집밖에서 소지하고 있어야 하지만 B씨는 일주일 동안 검찰의 검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에는 한국 등 동아시아 사람들이 외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게 불만이었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이 부러웠다"면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내 맘 속 안에 있던 오리엔탈리즘은 극복됐고 유럽에 대한 환상은 다소 지워졌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 교민 C씨는 “일부 프랑스 사람들은 바와 식당 등만 제한했으니 이외 지역은 가도 된다는 생각이다”라며 “정부는 시민들의 외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외출할 때 부과하는 벌금을 높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운동과 반려견 산책도 정당한 외출 사유로 정해놓은 정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 18일 봉쇄령을 어기고 외출해 벌금 영수증을 받은 사람만 4000명이 넘는다. 프랑스 내무부는 그 다음날 벌금 수준을 35유로에서 135유로로 올리고 이후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처럼 확진자로 밝혀지기 전부터 찾아다니는 검역이 어려운 유럽들은 아예 중국처럼 봉쇄로 가닥을 잡았다”며 “확산속도를 늦추고 최대한 빨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약속하며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D씨는 “미국은 의료비 부담이 매우 커 나조차도 한국에 돌아가면 의료 쇼핑을 할 정도”라며 “정부도 시민들이 바이러스에 걸려 파산 수준에 빠지게 하느니 현금 제공 등 막대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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