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3.22 14:50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과 관련 조기패소 예비결정의 근거가 적시된 판결문을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ITC는 지난달 LG화학이 요청한 조기 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ITC는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고의적인 증거인멸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방해했다"면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민감한데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디지털 증거보존)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이러한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면서 "SK이노베이션은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2019년 4월 30일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고 SK이노베이션은 이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의무는 2019년 4월 30일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문서 파기 행위는 그 정도가 심각하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내용증명 경고공문을 수령한 2019년 4월 9일 당시에도 미국에서의 소송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해당 시점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전직 직원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추가로 제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이 엑셀 시트에는 'LG',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개가 나열됐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전직자가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도 첨부됐다.

ITC는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고 소송의 쟁점은 해당 증거들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며 "이번 조기 패소 결정이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예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ITC는 내달 17일까지 의의 신청을 검토해 받아들일지 결정하고 오는 10월 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저작권 침해 제재 규정) 위반 여부와 수입 금지 등 조치를 결정한다.

ITC가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셀과 모듈 등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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