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3.23 15:08

입증 책임도 피해자에서 기업으로 전환…구제급여·특별구제계정 통합

(사진제공=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개정 목적과 주요 내용. (사진제공=환경부)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범위가 확대되고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의 입증 책임이 완화된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24일 공포되며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가습기살균제의 피해를 인정하는 범위가 확대됐다.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발생하거나 악화된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한다. 현행법에서 구제받지 못했던 사람들도 개별적으로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폐질환, 천식, 태아피해, 아동·성인 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등 특정한 피해질환을 앓는 경우에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법 개정으로 그 제한을 두지 않아 폭넓은 구제가 가능하게 됐다.

피해자의 피해 입증 책임이 완화된 점도 개정안의 특징이다.

특이성 질환 피해자와 달리 손해배상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았던 비특이성 질환 피해자도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쉬워진다.

피해자가 역학적 상관관계 등 일정 부분을 증명하면 기업이 반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를 추정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는 사실상 입증책임이 기업에게 전환된 것으로 환경소송에서 대법원 판례에 비해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피해자가 역학적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환경부에서 조사·연구 및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질환을 올해 내로 고시할 예정이다. 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비염, 후두염, 기관지염 등 역학적 상관관계가 규명되는 질환을 확대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구제급여'와 문제의 가습기살균제 생산 기업의 분담금·정부 출연금을 더한 '특별구제계정'을 통합하기로 했다.

특별구제계정을 받던 2207명(2020년 1월 기준)이 법 시행과 함께 모두 구제급여 수급자가 된다. 특별구제계정 대상자는 구제급여 대상자와 달리 건강피해인정을 받지 못해 소송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을 피해구제자금으로 통합함에 따라 이러한 논란은 해소될 예정이다.

피해구제체계 개편과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강화한다.

장해급여를 신설해 건강피해 치유 후 장해가 남은 피해자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피해구제자금의 고갈 우려가 있으면 책임있는 기업에 추가분담금을 부과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이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은 정부의 피해구제를 강화하고 소송에서의 입증책임를 전향적으로 완화한 법안으로 가습기살균제로 고통을 겪는 분들이 정부의 구제를 받고 소송에서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더 도와드리고자 하는 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위법령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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