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3.23 15:37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에게 현금을 줘 소비를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지급했거나 준비 중인 방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지갑도 닫으면서 현재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영업자의 대출 신청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권 퇴직 직원을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나올 정도다.

유럽처럼 아예 셧다운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회사나 기관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건물을 폐쇄하거나 수주째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주변 상가 매출은 뚝 떨어졌다. 개학 연기에 따른 학교 앞 상권도 우울하다. 당장 주변을 봐도 주말에 외부활동을 한 사람이 드물다. 외식은 물론 항공사, 관광업계 등 여행 관련 업종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 신천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어나기 전만해도 정부는 “과도한 두려움을 자제하고 경제활동을 해 달라”고 국민들에 지속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쳐간 곳에서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2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신천지 사태가 터진 2월말 남대문시장을 찾아갔을 때 한 상인은 “매출이 삼분의 일도 안 된다”며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히 경기 침체로 끝나지 않는다. 이탈리아처럼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더 큰 국가적 문제로 확산되면 회복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동안 내수 진작을 위한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돈이 실제 돌아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이에 직접적인 현금 지급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재난소득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적지않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7000가구에 30만~50만원 지급하기로 했고 강원도는 소상공인과 실직자 등 30만명에 40만원씩 주기로 했다. 전북 전주시는 비정규직 일용직 근로자와 실직자 등 5만명에 1인당 52만7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 성남시도 중위소득 100% 이하 16만여 가구에 총 673억원의 긴급 생활안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일부 도입했지만 이는 버티기 힘든 주민들을 돕는 복지 차원의 정책이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국민 모두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시사 등은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에 요청 중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표님, 새로운 경제정책 재난 기본소득이 정답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미래통합당 화성시의원들이 화성시장에게 ‘시민 1인당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요구했다”며 “조세결정권도 기채권도 없는 기초지방정부가 8300억원을 마련할 수 없음을 알면서 한 실현불가능한 주장이지만 미래통합당 시의원들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제위기 극복책으로 논의되는 재난기본소득은 경제시스템이 정상작동하는 상태에서 취약계층의 인간적 삶을 도모하기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고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순환을 유지하려는 경제정책”이라며 “미래통합당이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고 관철해 죽어가는 대한민국 경제를 회생시킬 의지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23일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을 돕고 시장의 수요를 진작하도록 재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여부를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정부·여당은 이 문제를 훨씬 더 책임 있게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회 협의가 쉽지 않겠지만 돈이 돌아야 내수 진작에 의한 경기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국민에게 현금을 직접 제공한다고 모든 부분에서 돈이 돌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는 배달과 택배 시스템에 강점이 있다. 돈만 있으면 집에서도 어느 정도 소비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닫은 지갑을 다시 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몇 달간 소비를 줄이다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해서 국민이 소비를 늘릴 이유가 없다.

제도 도입 효과에 대한 일부 의문은 있지만 아낌에 익숙해지고 있는 국민을 소비에 나서게 하려면 재난기본소득이 절실하다. 국민경제가 다 무너진뒤 시행하면 소용없다. 더 늦기 전에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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