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헌 기자
  • 입력 2020.03.24 15:20

[뉴스웍스=이동헌 기자] 삼성물산의 재건축 현장 복귀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9일 서초구 신반포15차 아파트 입찰에 참여하면서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어 다음달 10일이 입찰 마감인 반포3주구에도 참여하게 되면 그동안 일었던 삼성 복귀와 관련한 논란도 ‘수주 참여’로 일단락 될 예정이다.

2015년 12월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GS건설이 삼성물산을 누른 이후 수주 참여는 5년동안 없었다. 5년간정비사업 수주 제로가 말해주듯 삼성물산 주택사업은 축소 일로를 걷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래미안 사업 철수설, 래미안 자연 도태설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실제 삼성물산이 2014년 조직개편을 하면서 주택사업부가 빌딩사업부에 흡수되면서 ‘KCC가 래미안 브랜드를 사들인다’, ‘삼성그룹 측에서 주택사업의 리스크와 비교해 큰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등의 소문이 함께 돌았다. 삼성물산은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남은 분양사업만 진행했다.

그럼에도 래미안 브랜드는 여전히 인지도가 높다. 반포에서 래미안이 다시 등판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사업 등 대형사들은 긴장하고 있다고 전해질 정도다.

그러나 강남 인기 브랜드 래미안에도 약점이 있다. 최근 5년간 정비사업 수주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그간 내부 래미안 전문가들이 타사로 이직하는 등 인력 손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경쟁사들 사이에선 삼성물산의 ‘실전 감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래미안 주택 사업 부차장급부터 상무 이상 임원들까지 현대건설 GS건설 쌍용건설 등 대형사를 비롯해 한국토지신탁 등 신탁사까지 이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의 준법 경영도 리스크다. 삼성물산 자체의 컴플라이언스 체제를 차치하더라도 그룹부터가 준법경영을 최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비 사업 수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분쟁들이 준법위에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분간 위축된 영업전략을 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의 정비사업 복귀에 대해 색다른 시각의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사 선정기준이 강화되며 클린 수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개별접촉홍보에 제약이 걸리게 되자, 이 시국을 이용하여 래미안이라는 이름값 높은 브랜드를 내세운 삼성물산이 다시 정비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즉,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개별홍보가 금지될수록 입찰조건의 수준과는 관계없이 기존의 이름값이 높은 회사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이를 이용한다면, 그룹사를 내세운 건설사, 1군 건설사 일수록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안 내용이나 계약서 상의 독소조항 같은 것들에 대해 일반 조합원들이 전문가들의 설명 없이 캐치해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력 유출까지 겪으며 주택사업규모를 축소해왔던 삼성물산이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반포 조합원들의 선택을 다시 한번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1차적으로 신반포15차에서는 같이 입찰한 대림산업, 호반건설에 비해 뛰어나지 못한 내용으로 입찰하여 기대에 못 미친 바 있다.

현재 강남 재건축 조합원들은 ‘신뢰’를 기반으로 그동안 정비사업에서 보여줬던 숙련된 노하우를 가진 시공사를 원하고 있으며, 신속한 사업추진과 적극적인 문제해결 방법 제시 등 급변하는 부동산 정책 등 다양한 변수에 적극 대처하고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시공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물산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서도 신반포15차와 같이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이 아닌 기업의 이름만으로 승부수를 걸 것인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은 오는 4월 10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