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훈기자
  • 입력 2016.03.22 15:43

최초 감염자 18일 의료기관 방문 당시 정부 의심환자 기준에 해당
질병관리본부 "환자 놓친 것 아니다" 해명

지카바이러스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진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자인 L(43)씨가 지난 18일 전남 광양 소재 의료기관을 최초 방문했을 당시 근육통과 함께 열이 37.5도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L씨는 첫 방문 당시 의료기관에 브라질 방문 사실을 알렸지만 증상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지카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후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한 21일에야 의심 환자로 분류됐고, 보건소 신고와 함께 검체 채취와 사례 조사가 이뤄졌다. 최초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4일 가까이 방치된 셈이다.

앞서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2일 “같은 바이러스라도 민족마다 DNA가 다르다"면서 "지카 바이러스 첫 (감염)케이스는 무조건 입원시켜서 정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보건당국은 같은달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국가를 최근 2주일 이내 여행한 사람 중 37.5도 이상 열이 나고 관절통·두통 등이 생기면 감염 의심자로 분류한다는 진단 기준을 발표했다. 의심 환자를 발견한 의료기관은 즉시 지역 보건소에 신고하게 되며 이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가 이뤄진다.

정부가 제공한 의심환자 진단 기준에 따라 최초 감염자 L씨는 지카바이러스 위험국인 브라질에 지난달 17일부터 22일간 머물렀던 만큼 열이 났으면 즉시 의심환자로 분류됐어야 했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지카바이러스 환자를) 놓쳤다기보다는 신중하게 판단한 것"이라며 "열이 나고 조금 근육이 아프다고 해서 다 지카로 하면 혼선을 빚을 염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아주 적절하게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보건당국은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안일하게 대처해 초동대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배운 바 있다.

감사원도 올초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를 발표하며 메르스 파동이 "정부의 초기 대응의 부실에서 비롯 된 인재(人災)"라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질본은 지난해 5월 18일 서울 강남구보건소로부터 1번 환자에 대한 신고를 받고도 “바레인은 메르스 발병국이 아니며 낙타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진단 검사를 거부하고 신고 철회를 요청했다. 결국 1번 환자는 최초 신고 후 34시간이 지나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정 본부장은 이날 대책 브리핑에서 "지카는 메르스와 달리 공기 중으로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격리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국내에 유입된 지카바이러스 첫 환자라는 점을 감안해 전남대 병원에 입원해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