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3.25 11:57

정부, 27일에야 검역 강화 계획…"이미 유학생·교민 줄잇는데" 빈축

(사진=KBS뉴스 캡처)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중 해외유입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입국가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해외유입 건수는 2020년 11주(9~15일) 14명에서 12주(16~22일)에 88명으로 껑충 뛰었고, 13주(23일~)에 들어서면서 3일 만에 90명의 확진자가 나타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유입국의 변화다.

11주차 때 감염자 유입은 중국외 아시아에서 4명, 유럽 14명이 전부였다. 이러한 환자 유입추세는 12주차에 들어서면서 유럽발 감염자가 58명, 그 다음이 미주지역 18명, 중국 외 아시아 10명, 아프리카 2명 순으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3주차가 되면서 중국외 아시아는 4명으로 크게 줄고, 유럽 55명, 미주 31명으로 유입양상이 바뀐다. 유럽발 감염자가 주춤하는 사이 미주지역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라별 감염확산 속도를 반영한다. 미국의 확진자 수는 지난 20일 1만442명에서 4일 뒤인 24일에는 4만6450명으로 4배 이상 폭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정부도 미국발 입국자에게도 유럽과 같은 수준의 검역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미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한 검역 강화조치를 27일부터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매일 2000~3000여명의 입국행렬이 이어지는데 이제 심각성을 인지해 검역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학 감염내과의 한 전문의는 "해외 유입국 감염자의 변화가 수치로 보여지는데도 이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다시 뒷북행정을 드러낸 것"이라며 "방역의 중심을 국내에서 해외 유입 차단으로 다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100명 중 34명이 해외유입 감염자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유학생과 재외국민이 많아 공항 검역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현지 방역 수준에 불안감을 느낀 유학생과 교민의 귀국은 앞으로 한 두주 사이에 폭증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유학생이 10~20대로 자가격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정 총리는 “정부도 시급성을 알고 있어 (미국발 방역대책을) 늦어도 27일 오전 0시부터 시행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검역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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