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3.25 17:25
원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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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는 지난 24일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공직선거법상의 각 '정당'에 위성정당이 포함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와 함께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이날 허 대표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래통합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기고 위성정당을 만들 때, 그에 대해 엄청난 공격을 하면서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편법으로 위반하는 거라고 여러 가지 조항을 들먹이면서 비판했었다"며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결국은 비례대표 의석을 뺏어가는 위성정당을 만들게 됐다. 여야가 불법·편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만천하에 공개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허 대표가 여야 거대정당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대해 극렬히 반대해왔다. 민주당 간판 격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었다. 지난 1월 1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전략은 정공법"이라며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받게될 것"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미래통합당이 추진하는 비례정당은) 위성정당이 아닌 위장정당"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월 18일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비례정당은) 종이정당이고, 창고정당이며, 위장정당이고 한 마디로 가짜정당"이라며 "참 나쁜 정치"라고 쏘아붙였다. 

이랬던 민주당 인사들이 지난 2월 26일 서울 모처에서 회동하면서 180도로 태도를 바꿨다. 이날 모임에서 전해철 의원은 "다 좋은데 명분이 문제다. (국민을) 설득할 간판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종민 의원은 "미래통합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한 것 자체가 우리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했으며 윤호중 사무총장은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위한) 모두의 뜻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위한 논의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후, 민주당 계열의 비례용 위성정당은 2개나 창당됐다. 하나는 더불어시민당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열린민주당이다. 전자(前者)는 '친문'·'친조국' 인사들이 주축이라는 게 정설이고, 후자(後者)는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주축이 돼 창당된 정당이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민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僭稱)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더불어시민당은 여당인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참여한 유일한 비례 연합 정당이자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비례대표를 배출할 유일한 정당"이라며 "더불어시민당의 승리가 곧 민주당의 승리"라고 발언했다. 

또한, 윤호중 사무총장도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열린민주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전혀 관계가 없는 당"이라며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되거나 부적격하다고 판단된 분들이 열린민주당을 통해 부활을 노리는 것은 우리 당 공천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을 통해보면,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만을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으로서 적자(嫡子)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중심축인 정봉주 전 의원은 이른바 문심(文心)을 내세우며 "문 대통령의 '입'(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칼'(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및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 전문가'(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열린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친구인 손혜원 의원도 열린민주당에 속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지지층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줄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민주당 입장에선 현실적인 정치공학적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 보다는 두 개의 위성정당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시뮬레이션도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말과는 달리 열린민주당에 대해 적극적 제지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선거 때까지 하나의 위성정당은 공식적으로, 또 다른 하나는 암묵적으로 가동하는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읽혀진다. 사실상 '쌍두마차'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판의 칼날이 매섭게 쏟아지고 있다. 당장 온라인 상에서는 25일 한 네티즌이 "쑈하고 있네. 또 국민현혹시키려 하네. 2개 비례대표가 더 유리하다 검증해 놓고 (뭔말이냐), 문재인이 '해체하라' 한마디면 끝날 정당인데 (그렇게 안 하고 있지 않느냐)"며 "감언이설의 이중성은 세계 챔피언감일세. 거짓은 진실을 이길수 없다는 말은 아느냐"고 질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의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는 무엇일까'라는 의문까지 제기했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는 더불어시민당만을 민주당의 적자(嫡子)로 인정하는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열린민주당'도 '민주당의 또 다른 자녀'로 인정하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란, 일본어로서 '자신의 속마음(본심)과는 전혀 다른 양태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지칭하는 용어다.

총선 이후 '열린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인사들은 어차피 민주당으로 복당을 추진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선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는 더불어시민당만을 적자(嫡子)로 인정하지만, 선거 이후 '열린민주당'에서 금배지를 달게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살아 돌아온 자식은 예쁜 내 자식'이라며 반갑게 맞이할 확률도 적잖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당초 거대 정당들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빌미가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왜곡 사태에 대한 비판'이 정당성을 획득하는 분위기다. 

허경영 배당금당 대표는 2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서 군소 정당들이 얻은 표에 대한 등가성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 가장 정상적인 건데, 그것을 인정해 주기로 해놓고 그 등가성을 몽땅 뺏어가는 것"이라며 "자기들의 지지율보다 2배가 넘는 국회의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군소 정당들이 가져가야 될 의석을 자기들의 지지율은 30%면서 의석을, 전국구를 2배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거대 정당들이 위성정당을 거느리는 재벌들의 문어발 경제와 비슷하다. 재벌들이 계열회사를 많이 거느리는 것은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정당도 위성정당을 여러 개씩 거느리면서 군림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 맞지 않다"며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헌법학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가 그 위성정당의 후보들을 더 받아 준다면, 우리는 또 다른 투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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