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3.27 16:28

기재부 "신용등급 따라 1~3등급은 시중은행, 1~6등급은 기은, 4등급 이하 소진공 방문 바람직"
기업은행 대출 시 보증수수료 0.5%,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0.8% 내야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오는 4월 1일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영안정자금 신청 시 생년을 기준으로 한 홀짝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5부제에 이어 소상공인 대출 홀짝제가 시행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7일 “최근 긴급하게 대출을 받고자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도 결국 제대로 된 상담이나 대출 신청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많은 소상공인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병목현상 해결을 위해 자금제공 기관간 역할 분담을 통한 업무 분산, 수요자 중심의 효율적인 업무체계 구축, 신속한 금융지원을 위한 현장기반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마련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을 설명하면서 “하루 하루가 절박한 소상공인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이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는 금융지원과 관련해 지난 19일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2조7000억원, 기업은행 초저금리대출 5조8000억원, 시중은행 이차보전대출 3조5000억원 등 총 12조원 규모, 금리 1.5% 수준의 ‘초저금리 금융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다만 이를 집행하기 위한 관련 세부지침이나 전산시스템을 준비하는데 불가피하게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에 특정기관으로 자금 신청이 몰리면서 자금 공급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심인 자금공급 채널을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진공 세 가지 채널로 확대해 자금을 본격 집행하기로 했다.

먼저 시중은행은 4월 1일부터 이차보전대출 3조5000억원을 공급한다. 신용이 1등급에서 3등급 사이인 경우 4월 1일부터 3000만원 한도 내에서 가까운 시중 은행을 방문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별로 기업신용대출 평가를 위한 내부 심사등급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나이스 평가 정보의 개인신용평가 등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김 차관은 “모든 시중은행에서 취급하고 보증수수료도 없다”며 “신청 후 5일 내외만에 대출이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많은 만큼 신용이 높은 사람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채널은 기은의 초저금리대출”이라며 “이 상품은 신용이 1등급에서 6등급 사이일 경우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기은은 4월 1일부터 신청을 받아 6일부터 본격적인 심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기은의 초저금리 대출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을 바탕으로 제공된다. 특히 지신보 보증을 통한 3000만원 이하 대출은 5일 내외로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신보의 보증심사 업무는 한시적으로 기은에 위탁한다. 이에 기은이 대출심사와 보증심사를 일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다만 시행 초기인 4월 하순까지는 신청접수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처리기간이 약 2~3주 가량 소요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대출신청이 집중되는 소진공 경영안정자금의 경우 한정된 재원인 만큼 자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골고루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신청대상과 대출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대출신청만 받고 있으며 1인당 대출한도도 1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소진공 경영안정자금의 1인당 보증대출 한도도 7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김 차관은 “대출이 최대한 빨리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기존 소진공 보증대출을 신청한 경우 지신보의 보증심사 수요가 급증해 대출까지 4주 이상 소요될 수 있다”며 “두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신용이 1등급에서 3등급 사이인 경우 대출금액을 3000만원 이하로 낮추면 4월 1일부터 접수가 개시되는 기업은행의 초저금리 대출로 전환·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신청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진공 안내 문제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은을 방문해야 한다. 1000만원 이하의 대출을 원한다면 즉시 무보증 대출로 전환·신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진공 3개 기관의 대출 프로그램이 소상공인 신용등급에 따라 나뉘어 운영되는 만큼 대출신청에 앞서 본인의 신용등급을 사전에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에서는 나이스 평가정보 사이트를 통해 4개월마다 1번씩 무료로 본인의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센터에 방문하면 무료로 확인 가능하다.

김 차관은 “신용등급을 미리 확인하고 본인 신용등급에 따라 1등급에서 3등급은 시중은행, 1등급에서 6등급은 기은, 4등급 이하는 소진공에 각각 대출을 신청한다면 보다 빨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신청서류, 대출조건 등 대출에 필요한 정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포털’을 조속히 구축할 것”이라며 “포털 구축 전이라도 경영안정자금은 소진공, 초저금리대출은 기은, 이차보전대출은 시중은행 홈페이지 등에서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과도한 대기시간과 줄서기를 방지하기 위해 4월 1일부터는 소진공 경영안정자금 신청과 관련해 생년을 기준으로 홀짝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1, 3, 5, 7, 9 같은 홀수 날짜에는 생년이 홀수여야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 2, 4, 6, 8, 0 같은 짝수 날짜에는 생년이 짝수여야 한다.

김 차관은 “당장은 다소간 불편할 수 있지만 홀짝제가 정착된다면 지금보다 대출신청 관련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온라인을 통해 대출 상담, 신청을 사전 예약하는 온라인 사전예약시스템 확대 운영, 번호표 배포 등을 통해 대출 신청 급증에 따른 현장애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소진공의 1000만원 이하 무보증 대출의 경우 대출 필요서류를 사업자등록증명, 임대차계약서, 통장사본 3가지로 대폭 간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소상공인이 복수의 초저금리 대출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제한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출 시 중복지원 방지를 위한 확인서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정된 재원규모로 가능한 많은 소상공인에게 자금이 골고루 지원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지신보의 소상공인 신용보증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신보 중앙회의 지신보에 대한 재보증비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상향조정해 지신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상공인 보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현장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정책금융을 취급하는 소진공, 지신보 등 정책금융기관 담당자, 기은 및 시중은행 임직원에 대해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면책 규정을 적용하고 업무가 집중되고 있는 지신보 지역재단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지방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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