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3.29 13:05

예산 5배 증가한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 '한계' 노출…"세탁기·냉장고 바꾸기에나 좋아"

(사진=으뜸효율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너지공단은 3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을 시행한다. (사진=으뜸효율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정부가 최근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비용 일부를 환급해주는 사업을 재개했다.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효율을 개선하자는 취지인 동시에 침체된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으로 분석된다. 

가전업계는 이 사업의 취지를 살려 정부 환급금 외에도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마케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봄철 이사·혼수 등 성수기를 놓쳤기에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고객의 지출을 유도하며 매출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의 지원 품목에 인기가 많은 가전제품이 제외됐다는 원론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가전제품을 살 여유가 있는 중상류층 국민들을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려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실직 상태에 놓인 이들을 위한 방안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 예산 1500억 확대…"서둘러 준비해야"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23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을 시행한다. 이 사업은 으뜸효율 가전제품을 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구매비용의 10%를 환급해준다.

올해 사업 규모는 지난해 300억원과 비교해 다섯 배나 늘어난 1500억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경제에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크게 증액한 예산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이 증가한 만큼 개인별 최대 한도는 지난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었다. 즉, 산술적으로 계산해봤을 때 국민 50만명이 각각 30만원씩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 사업은 지난해 소비 확대 효과를 입증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9년도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을 실시한 결과, 총 19만6031건(약 240억원) 환급신청을 접수했다.

특히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올해 1월 15일까지 환급신청을 접수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2월 12일 환급신청 금액이 예산 한도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접수를 하지 않았다. 그간 시범적으로 전기요금 할인가구를 대상으로 해오던 환급을 지난해 11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니 한 달 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조기 종료된 것이다.

(자료제공=산업부)
지난해 전 국민 으뜸효율 가전 환급대상 품목별 신청 접수 현황. (자료제공=산업부)

품목별로는 김치냉장고가 12만4244건(180억21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전기밥솥(3만6747건, 13억1800만원), 냉장고(2만6168건, 38억7400만원), 공기청정기(3025건, 2억1100만원), 냉온수기(2574건, 2억7900만원), 제습기(1986건, 8400만원), 에어컨(1287건, 2억13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올해 환급대상은 10가지 품목이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냉온수기, 전기밥솥,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TV, 제습기 등이다. 환급대상은 대부분의 품목에서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이 1등급을 달성해야 한다. 으뜸효율 홈페이지에서 환급대상 제품을 검색할 수 있다.

(자료제공=
올해 환급대상은 10가지 품목으로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냉온수기, 전기밥솥,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TV, 제습기 등이다. (사진=으뜸효율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는 3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환급을 원하는 고객은 내년 1월 15일까지 구매 제품의 효율등급 라벨, 제조번호 명판, 거래내역서, 영수증 등을 첨부해 으뜸효율 환급사업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된다. 총 1500억원 규모의 예산 한도가 소진되면 사업이 종료되기에 구매 계획이 있다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삼성, 으뜸효율 가전 151개 보유…최대 100만원 상당 구매 혜택

가전업계는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이 코로나19로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찾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마케팅 경쟁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이 사업의 취지를 살려 정부 환급금 외에 특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으뜸효율 가전 환급대상 대표 모델은 총 151개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비용 한도인 30만원까지 포함하면 소비자는 최대 1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셰프컬렉션 냉장고나 무풍에어컨 갤러리 홈멀티를 구매할 경우 환급금 외에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70만원 상당의 특별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또 크리스탈 UHD 75형을 구매할 경우 15만 특별포인트가 제공된다.

모델들이 삼성전자 으뜸효율 가전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모델들이 삼성전자 으뜸효율 가전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환급대상에 해당하는 품목은 아니지만 국내 유일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건조기 '삼성 그랑데 AI'에 대해 12만원 상당의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대상 모델인 그랑데 AI 세탁기와 함께 구매하면 환급금을 포함해 최대 3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4월부터 홈페이지에서 으뜸효율 가전 행사를 기념해 온라인 퀴즈 이벤트, 매장 예약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 혜택, 삼성카드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LG전자도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환급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LG전자의 으뜸효율 가전 환급대상 모델은 총 201개다.

LG전자는 해당 가전을 구매한 후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LG 트롬 스타일러 플러스, LG 프라엘 넥케어, LG 퓨리케어 미니 공기청정기, LG전자·옥스포드 콜라보 블록 한정판 등의 경품을 주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지원 품목은 다소 한정적…"세탁기나 냉장고 바꾸기에만 좋은 조건"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은 지원 품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요즘 필수 가전으로 여겨지는 건조기와 무선청소기다. 두 제품은 보급률이 낮은 데 비해 수요가 높음에도 환급대상에서 빠졌다. 또 식기세척기와 의류관리기도 환급대상에서 제외됐다.

무선청소기의 경우 에너지 효율을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측면에서다. 무선청소기는 배터리를 전기로 충전해서 사용하기에 작동 효율을 측정할 수가 없다.

(사진=장진혁 기자)
기자가 방문한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는 으뜸효율 가전을 구매하면 10%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구가 있었지만, 삼성 QLED TV와 LG OLED TV 제품군에서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장진혁 기자)

여기에 더해 TV는 올해 환급대상 지원 품목에 새롭게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한 가전제품 매장에 들려 환급대상에 해당하는 TV를 찾아봤다.

매장에서는 으뜸효율 가전을 구매하면 10%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구와 함께 삼성 QLED TV와 LG OLED TV를 주력 상품으로 크게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제품군의 대부분이 에너지 소비효율 4~5등급에 해당하며 환급 조건인 1등급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9월부터 TV품질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펼쳐왔다. 경쟁사 제품을 비교 전시한뒤 대놓고 공격한 것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화질 선명도까지 두고 싸웠다.

특히 최근 8K·4K 고화질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관련 기술과 제품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화질을 중점으로 둔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소비자는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TV는 첨단기술을 통해 화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다 보니 에너지 소비효율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은 세탁기나 냉장고를 바꾸기에만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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