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22 16:45
큰 물결 넘실대는 바다의 모습이다. 큰 마음 품기 위해 우리는 가끔이나마 먼 바다에 나가 볼 일이다. 넓은 바다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주제는 적지 않다.

‘바다’가 등장하는 아주 멋진 명구가 있다. 진시황(秦始皇)을 도와 중국 전역을 제패한 인물 이사(李斯 BC284~208년)의 명언이다. 그는 진시황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모두 쫓아내라는 내용의 ‘축객령(逐客令)’을 내리자 그를 제지하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린다. 그 안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태산은 다른 곳의 흙을 물리치지 않아 그 거대함을 이루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아 그 깊음을 이루었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이 말을 한 이사라는 인물도 장하지만, 그 말이 함축한 ‘포용(包容)’과 ‘관용(寬容)’의 의미를 받아들여 결국 자신이 내린 ‘축객령’을 철회한 진시황도 장하다. 잠시나마 외부의 요소를 배제한 채 속 좁은 길로 갈 뻔했던 진시황의 배타적 정책은 그로써 멈췄고, 진나라는 마침내 중국 전역의 통일이라는 거대한 판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가득 찬 곳에서 빈 곳으로 향한다. 그런 물은 자연의 섭리를 말해주고 있으며, 그 물의 흐름에서 손자(孫子)는 남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에 관한 사색, 즉 병법(兵法)의 체계를 완성한다. 그런 물이 거대하고 웅장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사의 말처럼 ‘작은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런 태도가 위의 인용문에서 나온 ‘不擇細流(불택세류)’다. 작은(細) 물줄기(流)를 가리지(擇) 않는다(不)는 엮음이다.

지구의 가장 큰 물은 해양(海洋)이다. 우리는 보통 바다로 부르지만, 요즘 정의(定義)로서의 海(해)와 洋(양)은 다르다. 먼저 큰 바다를 일컫는 글자가 洋(양), 그보다는 작은 바다가 海(해)다. 洋(양)은 오대양(五大洋)을 떠올리면 좋다. 태평양(太平洋), 대서양(大西洋), 인도양(印度洋), 북빙양(北氷洋), 남빙양(南氷洋)이다. 지구 전체를 통칭하는 오대양육대주(五大洋六大洲)의 그 오대양(五大洋)이다.

洋(양)은 큰 바다로서 스스로의 체계성을 지닌 바다다. 자체의 조류(潮流) 특성이 있으며, 일정한 밀물과 썰물의 조석(潮汐) 체계를 보인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며, 평균 수심은 3000~1만m 정도다.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89%를 차지하니, 이를 빼고서는 지구의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海(해)는 그에 비해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다. 따라서 육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수역(水域)이다. 전체 바다 면적의 11%를 차지하며, 수심은 평균 2000~3000m 정도다. 인접한 육지의 바람 등 기후 조건과 하천 유입 등의 영향을 받아 수온(水溫)과 물색 등에서 잦은 변화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뭍에서 드러내는 우리사회의 다툼이 많이 심각해 보여서 떠올려 본 바다, 해양이다. 큰 바다, 먼 바다 바라보면서 마음 다지면 우리의 그악한 다툼이 조금이라도 얌전해질까 하는 생각에서다. 정치의 다툼이 정말 그럴진대, 이들에게 한 번쯤은 바다구경 시키는 게 어떨까.

 

<한자 풀이>

潮 (밀물 조, 조수 조): 밀물. 조수. 바닷물. 흐름. 나타나다. 밀물이 들어오다. 드러나다. 젖다. 축축해지다.

汐 (조수 석,빠를 계, 빠를 혈): 조수. 간조(干潮), 썰물. 물 이름. 빠르다 (계). 빠르다 (혈).

<중국어&성어>

海市蜃楼 hǎi shì shèn lóu: 신기루.

浩如烟海 hào rú yān hǎi: 드넓은 바다. 보통은 전적이나 자료 등이 많이 쌓여 있는 경우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四海之内皆兄弟 sì hǎi zhī nèi jiē xiōng dì: 바다 넷, 즉 四海는 세계를 가리킨다. 혈연이나 지연을 넘어 세계의 모든 이가 형제라는 주장. 공자의 <논어>에도 등장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사해동포(四海同胞)’주의의 틀이다.

河海不择(擇)细(細)流 hé hǎi bù zé xì liú: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간축객서’ 주인공 이사의 명언. 담대한 포용력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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