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3.31 11:43

세브란스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팀, 판막치환수술후 혈전방지 치료제 선택지 넓어져

홍그루 교수가 심장질환자에게 초음파검사를 하고 있다(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홍그루 교수가 심장질환자에게 초음파검사를 하고 있다(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심장판막치환술이나 판막성형술을 받은 환자에게 사용되는 경구용 항응고제(NOAC) '에독사반'이 와파린과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동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수술 후 관리가 힘든 환자에게 사용하는 항응고제의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팀은 심장판막질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에독사반과 와파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를 최근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고 31일 밝혔다.

심장판막치환술과 같은 수술 뒤에는 반드시 혈액을 묽게 하는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수술후 피가 굳는 혈전이 생기면 혈관을 막아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계판막(인공판막)으로 대체한 환자는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고, 조직판막 혹은 판막성형술을 받은 환자 역시 최소 3~6개월 항응고 치료를 받는다.

그동안 환자들은 항응고치료제로 와파린을 복용했다. 문제는 와파린이 비타민K의 길항작용 때문에 푸른채소나 콩, 두부, 두유 등 식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와파린 복용시엔 약효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검사(INR 모니터링)를 받아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때문에 환자는 병원에 와서 혈액검사를 받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에독사반은 와파린과 달리 항응고인자인 Xa를 바로 억제해 음식이나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극히 낮다. 특히 혈중농도가 일정해 와파린처럼 피검사로 용량조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두 약제에 대한 약효분석 연구가 없어 에독사반을 인공판막치환술이나 판막성형술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쓰질 않았다.

홍그루 교수팀은 판막치환술 또는 성형술을 받은 환자 220명(20~85세)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에독사반과 와파린의 효과를 비교했다.

교수팀은 102명에겐 에독사반을 하루 1회 30~60mg을, 나머지 107명에는 와파린을 혈액응고수치(INR) 2.0~3.0 유지를 목표로 용량을 조절해 투여했다. 그리고 3개월간 추적 관찰을 통해 4D CT촬영과 심초음파 검사에서 발생한 혈전색전과 심장내 혈전발생 건수를 합산해 두 약의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에독사반 투여군에서는 혈전이 생기지 않은데 비해 와파린 투여군은 3.7%인 4명에서 혈전이 발생했다. 와파린 그룹은 혈전으로 인한 관상동맥 폐쇄가 1례, 심장이나 수술한 판막에 혈전이 발생한 경우가 3례 확인된 것.

출혈에서는 두 그룹간 큰 차이가 없었다. 에독사반 투여군에서 주요 출혈이 3건(2.75%) 발생했고, 와파린 투여군에선 1건(0.9%)이 확인됐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결국 연구팀은 비열등(Non-inferior) 설계로 진행된 무작위, 전향적, 직접비교를 시행한 결과, 두약 모두 치료효과가 동등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홍 교수는 이번 에독사반과 와파린의 효과를 비교한 세계 최초의 연구를 이달 30일(현지시간)일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 World Congress of Cardiology) 최신 주요연구(Late Breaking Trial)섹션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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