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셋이면 컴퓨터도 3대 필요하냐…초등생은 온라인 수업 불가능"
"애 셋이면 컴퓨터도 3대 필요하냐…초등생은 온라인 수업 불가능"
  • 윤현성 기자
  • 승인 2020.03.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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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 "초1 수준이면 집중력 10분…본인 방서 수업 집중할지도 의문"
'온라인 개학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잇따라 "수업일수 채우기 졸속 행정일 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1일 온라인 개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1일 온라인 개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교육부)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학교의 개학이 네 번째로 연기되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까지 확정됐다. 이에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온라인 개학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1일 '신학기 개학 방안 교육부 브리핑'을 갖고 초중고등학교의 순차적 온라인 개학 및 수능 연기를 발표했지만 이에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는 쏟아지는 실정이다.

세 딸을 둔 워킹맘 A 씨는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생 온라인 수업은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수업일수를 조정해주는 게 낫다. 워킹맘들은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하라는 건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딸은 1학년이라 컴퓨터를 켤 줄도 모르는데 그럼 엄마가 계속 붙어서 같이 해야 한다는 거냐"라고 얘기했다.

이어 "'워킹맘들 사이에선 '애 데리고 출근해서 회의실에 애 앉혀놓고 수업 듣게 해야 하나' 같은 농담도 나오고 있다"며 "온라인 수업하는 건 중학생은 돼야 가능할 것 같다. 초등 고학년도 딴짓하는 애들이 엄청 많다더라"고 강조했다. A 씨에 따르면 이미 온라인 수업 경험이 많은 국제학교 학생들도 수업시간에 유튜브를 보는 등 집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그저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는 발표만이 아니라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실행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한 장비 문제와 관련해 "애 셋인 집은 컴퓨터가 3대여야 하는 거냐"라며 "다행히 우리 집은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집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학부모의 온라인 수업 후기. (사진=유튜브 캡처)
이스라엘 학부모의 온라인 수업 후기. (사진=유튜브 캡처)

A 씨는 현재 학부모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한 이스라엘 학부모의 온라인 수업 후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학부모는 "원격 교육 이거 안돼. 불가능하다"라며 "나에겐 건강한 아이 4명이 있다. 근데 우리 집엔 컴퓨터가 2대밖에 없어서 애들은 아침부터 컴퓨터로 싸운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침 8시가 되면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는 환상을 바라는 거냐"며 "코로나 때문에 안 죽으면 온라인 수업 때문에 죽겠다"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돌봄뿐 아니라 온라인 수업의 효과 자체에 대한 걱정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생 자녀를 둔 B 씨는 "어쩔 수 없으니 온라인으로라도 개학은 해야 하지만 학습효과나 목적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초등학생은 학교에서 기초적인 사회생활을 배우는데 어울림과 소통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B씨도 "우리 집엔 컴퓨터가 한 대뿐인데 우리 아이는 2명이다"라며 "스마트폰도 가능하다고는 한데 애가 거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장비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선 교사들 역시 온라인 개학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C 씨는 "개학 추가 연기는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온라인 개학은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Zoom 같은 프로그램이나 EBS도 이용해봤는데 저학년생의 경우엔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C 씨는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할 경우 수업을 제대로 들을지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초1 수준이면 집중력이 10분도 어렵다"며 "(학생들은) 집에 있는데 내가 '앉으세요'라고 한다고 바로 앉을 리가 없다. 반에서는 어느 정도 그게 가능한데 본인 집 본인 방에서 수업시간 40분 내내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 D 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D 씨는 "추가 연기가 맞긴 하지만 온라인 개학은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랑 학원이랑 다른 점은 의사소통하고 토의·토론하면서 성장하는 학습을 하는 건데 온라인 수업은 그냥 지식 전달만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들 교사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장비지급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C 씨는 "아직은 일선 학교에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 마련이 잘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컴퓨터에 캠이나 마이크가 없는 것도 많아 자비로 사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인 공문은 내려오지 않았지만 온라인 개학 시작 전까지는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D 씨는 "온라인 수업을 위한 태블릿 PC·포켓 와이파이 등의 수요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을 한 만큼 (장비들을) 주기는 하겠지만, 물량이 충분할지는 모르겠다"며 "오늘 (교육부 브리핑에서) 인프라나 디바이스를 지원해주겠다고 강조했으니 일단 기다려 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잇따른 개학연기 및 온라인 개학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31일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고등학생 2명을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도대체 온라인 개학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학생을 위해서가 아닌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한 졸속 행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학교 교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다른 청원인 역시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코로나 종식이 됐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 1학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학사 운영 축소를 통한 탄력적 재조정 등을 제시했다.

온라인 개학과 추가 개학연기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개학과 추가 개학연기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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