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4.01 18:00

같은 질환으로, 같은 의사에게 수술 받은 인연…세브란스에 방호복·마스크 보내

2017년 넷째 박구식씨 수술후 '심장이식 3형제'의 모습(사진제공=세브란스)
2017년 넷째 박구식씨 수술후 '심장이식 3형제'의 모습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코로나19로 매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외람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저희 가족이 아버지와 삼촌을 잘 치료해주신 것에 대해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의료진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적은 물량이지만 방호복 1000벌과 덴탈마스크 5만5000장을 기부하고 싶습니다'.

얼마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민석 교수는 휴대폰으로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글을 보낸 사람은 2017년 세브란스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박구식(60)씨 아들이다. 그의 부친은 당시 심장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아 강 교수와 심장혈관외과 윤영남 교수에게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형인 둘째 박안식(68)씨와 셋째 박성식(64)씨도 2017년과 2015년 같은 질환으로, 같은 주치의인 강·윤 교수에게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세브란스병원 심장이식 가족모임에서 이들은 ‘심장이식 삼형제’로 불린다.

아버지와 삼촌을 대신해 감사의 뜻을 표한 사람은 넷째 박구식씨 아들 박병인 씨다. 그는 아버지에 이어 중국에서 ‘ROCKCHECK’이라는 철강회사 그룹을 이끌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이 됐다.

박병인씨가 응원메시지와 함께 보낸 물품들.
박병인씨가 응원메시지와 함께 보낸 물품들.

문자를 받은 강 교수는 “박구식 씨 가족은 수술 후 중국에 거주하며 정기진료 때만 만났다”며 “응급상황을 위해 의료진 전화번호는 알았겠지만 따로 연락하고 지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보낸 방호복과 마스크는 지난 3월26일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세브란스병원에 도착했다.

강 교수는 답장 문자를 통해 “정말 고맙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전국의 많은 의료진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고자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드님 가족의 기부가 정말 가뭄의 단비처럼 큰 힘이 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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