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4.02 18:03

IATA "한국 항공산업 붕괴될 경우 일자리 16만개 사라지고, GDP 11조 감소"
미국, 싱가포르, 독일, 프랑스는 대규모 대출·지급보증·임금 보전·세금 유예 실시

인천국제공항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객수가 급감했다.(사진=손진석 기자)
인천국제공항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객수가 급감했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하늘길이 대부분 끊긴 가운데 국내 항공사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늘을 날지 못하고 떼지어 주기 되어있는 항공기도 그렇지만, 대한항공을 비롯해 총 약 30개의 글로벌 항공사에게 기내식을 생산·납품하는 국내의 대표적 기내식 생산기지인 대한항공 기내식센터의 현 상황은 힘겨운 국내 항공사들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월 초 하루 약 8만 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대한항공 기내식 생산 시설은 현재 사실상 휴업 상태와 마찬가지다. 쉴 새 없이 바쁘게 기내식을 만들어야 할 공정은 사실상 ‘멈춤’ 상태다.

3월 말 기준으로 고작 하루 2900식만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는 대한항공 자사 뿐 아니라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에서 사용될 기내식을 최종 준비하고 항공기에 탑재하는 업무를 하는 곳으로 현재 기내식을 공급하는 항공사는 2개까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항공기 운행으로 인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에 밀카트들이 보관중이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항공기 운행으로 인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가 멈춰섰다. 사진은 보관중인 밀카트 (사진제공=대한항공)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산업이 깊은 나락 속으로 빠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는 유독 그 충격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세계 하늘길이 꽉 막혀 수요창출이 불가능한 가운데 상당한 고정비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 상태가 2~3개월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모두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항공협회는 우리 국적항공사들의 2월부터 6월까지의 매출 손실이 6조4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선 여객도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해 사실상 셧 다운(Shut-down) 상태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진정되지 않으면 국가 기간 산업인 항공산업은 경쟁력을 잃는 것을 넘어 모두 쓰러지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정부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 11조원이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우리 항공산업에는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들이 25만여명에 달한다.

현재 우리 국적항공사들은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급여반납, 유·무급휴직 등의 자구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항공사의 개별적인 노력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정부에서 현재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펼쳐놓고 즉각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며 “만약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사진=손진석 기자)
김포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사진=손진석 기자)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 정부의 보증과 자금지원 등 모든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항공사 채권 발행시 정부(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을 요구했다. 전 세계 항공업계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회사채, ABS, 영구채)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및 국책은행의 보증이 있어야만 국적항공사 생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금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지원 자금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원 대상도 대형 항공사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하고,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신용등급, 부채비율 등 지원조건의 한시적 완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항공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같이 해외 각국의 항공산업도 어려움에 처해있다. 하지만 소극적인 우리 정부와는 달리 자국의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 완화, 재정·금융지원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아까지 않고 있다.  

미국은 최근 상·하원 및 대통령이 합심해 여객 항공사에 250억달러(30조7000억원), 화물 항공사도 40억달러(4조9000억원)의 대출과 지급보증이 이뤄질 예정이다.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들에게도 30억달러(3조7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도 과감한 정부 지원을 실행했다. 싱가포르항공은 27일 최대 주주인 국부펀드 테마섹으로 부터 105억 달러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동의를 얻었으며,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으로부터 28억달러의 대출을 받았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지원을 비롯해,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유예, 공항 이용료 면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담보대출의 지원방안을 수립했고, 네덜란드는 자국 항공사에 무제한 지원 및 매출 손실에 따라 임금 90%까지 지원하는 등 직접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달까지 세차례의 항공업계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직접적인 금융지원이 아닌 간접지원이다. 지원방안은 3~6월 항공기 정류료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 운항중단으로 미사용 운수권과 이착륙허가 배정시간(슬롯) 회수 유예가 전부다.

또한 지난 2월 정부는 LCC를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을 약속했지만 3월 말까지 42%인 1260억원만 대출 집행이 된 상태다. 이는 담보 능력이 부족한 항공사들이 대출을 받기 어렵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항공업계는 현금이 부족해 직원들의 월급 체불과 감원 등의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자비용 등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항공업계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 정부도 과감하고 적극적인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멈춰선 항공기와 관련 모든 산업의 생존을 위해 도움이 절실한 항공업계의 외침을 정부는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한번 더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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