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04 10:20

정학섭 교수 "무당층 제대로 분석해야 오류 줄여…'샤이층 유권자' 보수우파에 더 강력하게 분포"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4·15총선 공식선거운동이 개막된 가운데, 각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전날인 8일까지 전국적인 판세분석과 격전지 판세 소식을 속속 전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과연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될지, 지역별 승자는 누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에 그때 그때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속에서 역대 총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적잖게 빗나간 전력이 적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를 알아본뒤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4년 전 '정세균 vs. 오세훈' 선거의 교훈

4년 전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서 맞붙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와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와의 격전에서 정 후보가 오 후보를 12.88%p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당시 선거를 열흘 앞둔 상태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정세균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 나갔던 점에 비춰보면 의외의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뿐만아니라, 당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여론조사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160석 넘는 의석을 차지해 압승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해 122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제1당이 됐다. 

그 결과, 여론조사 무용론이 제기된 것은 물론이고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했으며 선거 전에 '새누리당 압승'을 예측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여과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한 비난도 빗발쳤다.

◆'안심번호 미사용'으로 여론조사결과 빗나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심번호'를 사용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안심번호란 이동통신사에서 개인 식별이 안 되도록 가상번호로 제공하는 휴대전화번호를 뜻한다. 20대 총선에서 바로 이 '안심번호'를 사용하지 못하고 집전화번호만으로 여론조사를 했기 때문에 충분히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2016년 총선에서 오로지 유일하게 정당만 '안심번호'를 사용하게 했고, 여론조사 업계에서 국회에 요청한 안심번호 사용을 국회가 끝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대 총선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는데 '안심번호 미사용'이라는 요소도 적잖게 작용한 것이다. 

오는 21대 총선에서는 언론사도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적어도 이 문제로 인한 여론조사 결과 오류는 없을 전망이다.
  
◆'판세분석용 여론조사' 비교적 정확

지난 1996년, 2000년, 2004년 세 번의 총선을 통해 드러난 특이사항이 있다. 판세분석용 여론조사 결과가 방송사의 선거예측용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실제 결과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점이다. 

1996년 총선을 하루 앞두고 세계일보는 정당과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해 정당별 의석수를 예측했는데, 그 결과 당시 신한국당 예상 의석수가 실제 선거결과와 불과 2석밖에 차이나지 않는 정확성을 보여줬다. 당시 각 방송사들의 예측은 실제 결과보다 신한국당의 의석수를 30석 이상 과대 예측한 바 있다.

2000년 총선에서는 조선일보가 판세분석용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국 227개 선거구 중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105~109곳, 민주당이 95~100곳으로 분석해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개표 결과, 선거 당일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 비해 상당히 정확한 수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총선에서도 판세분석용 여론조사는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170석 이상을 얻어 압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52석에 그쳤고 출구조사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판세분석용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열린우리당이 150석 전후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도했고, 결국 이것이 적중했다. 

따라서, 과연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판세분석용 여론조사'가 어느 정도 적중하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무당층 분석에서 오류 발생"

사회학자이자 여론조사 전문가인 정학섭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당층 분석의 오류'에 대해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지지율 33%였던 야당(현 여당인 민주당)이 실제 투표에선 52%를 득표해 다수당이 됐다"며 "엄청난 규모의 무당층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적극적인 정당 지지층의 의사'가 과다표집되는 현실을 과도하게 반영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여론조사 응답률도 문제"라며 "현재 6% 내외 정도의 우리 한국사회 응답률은 미국등 선진국 기준을 적용하면 3% 내외이다. '조금이나마 호감을 갖고 있는 정당이 있느냐'와 같이 추가질문을 하지 않고 단순히 '지지정당이 어디냐'라고 질문하는 것으로 측정하는 현행 방식은 과학적 통계조사방법에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 "중도 무당층은 실제 투표 거의 직전에 이르러 자기자신의 이익과 그 당시 핫이슈에 영향을 받아 실제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기존의 사례들을 보면, 무당층은 대체로 조사 당시 약세인 정당으로 표심이 쏠리는 경향성이 있다. 이른바 샤이층의 유권자들은 보수우파 성향층에 더 강력하게 분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우리 한국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진심을 잘드러내지 않는다. '조사'라는 것 자체에 대해 일종의 피해의식을 21세기 선진사회에서도 여전히 원천적으로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현재 여러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실제 현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고 있는 여론조사의 허실을 꿰뚫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정 교수의 이 같은 발언에서 '샤이 보수(숨겨진 보수층의 표심)의 존재'가 주목된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던 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에 따라 초박빙 혹은, 박빙 선거구에서의 승부가 액면으로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반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경보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의원은 '관훈저널' 최신호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언론이 총선 여론조사 보도시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을 그대로 반영해주지 않는다"며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여러 결과의 추이를 살펴보며 여론의 흐름을 분석하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완벽한 여론조사는 없기 때문에 모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늘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고 나서 보도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한 "언론이 정파성을 가지고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원하는 보도방향에 맞는 이른바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라고 무분별하게 인용 보도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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