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4.03 18:15

호주 의료당국 "휴교 시 보건의료 시스템에 가해질 부담 더 커질 수 있다"

대만 학생들이 등교하며 신발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CBC News 유튜브)
대만 학생들이 등교하며 신발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CBC News 유튜브)

[뉴스웍스=전다윗·장대청 기자] 오는 9일부터 고등학교·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내린 결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세가 유례없이 가파르고, 해외 유입과 집단 감염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오프라인 개학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 세계 학생의 89% 이상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무조건 휴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란 의견도 나온다. 교육시설이 폐쇄되면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의 보육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주류다. 성공적으로 오프라인 개학에 성공한 해외 모범사례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주는 술집·극장·체육관·쇼핑몰·결혼식장 등 사람이 붐비는 대부분의 공공장소 운영을 중단시켰지만, 학교는 정상 운영한다. 교육시설의 문을 닫으면 다른 시설 폐쇄와 달리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까지 집단감염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의료당국 관계자는 "학교를 폐쇄하면 필수 의료 종사자의 30%가 자산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집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건의료 시스템에 가해질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대만은 대표적 개학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중삼중으로 철저히 마련한 예방 수칙이 돋보인다.  

우선 학교마다 10개 이상의 등굣길을 만들어 학생들이 집단으로 만나지 못하게 했으며, 등굣길의 모든 진입로를 확보해 체온 점검도 실시한다. 교실 내에는 칸막이 책상을 설치해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했다.

싱가포르 학생들이 매점 앞에서 거리를 둔 채 줄 서고 있다. (사진=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 페이스북)
싱가포르 학생들이 매점 앞에서 거리를 둔 채 줄 서고 있다. (사진=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 페이스북)

그렇다고 해외 개학 사례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철저한 준비 없는 오프라인 개학은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기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3월 23일 오프라인 개학을 강행했다. 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학교 내 좌석과 줄 서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용하는 등 대안책을 발표하며 "학교가 오히려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장소"라고 말했다. 옹 장관은 개학 하루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로나19는 성인과 비교해 아이들에게 영향을 적게 미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그가 인용한 데일 피셔 WHO 글로벌 발병 네트워크 의장의 기고문은 "가족 집단 검체 결과를 보면 부모가 감염됐다 해도 아이들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 어린이집에서 26명 이상이 증세를 보이고 또 다른 국제학교에서도 3명 이상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자 급기야 싱가포르 교육당국은 3월 29일 주 1회 재택 수업 카드를 꺼냈다. 옹 장관은 재택 수업 관련 문제들이 이어지자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 많다"며 "쉽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이런 예외적인 시기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집단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한 대학이 수업을 강행했다가 의심환자가 속출한 경우가 발생했다. 더 가디언은 버지니아주 린더버그에 있는 리버티 대학의 캠퍼스로 복귀한 학생 중 12명가량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학교로 복귀한 학생 중 최소 1명 이상은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리 폴웰 리버티대 총장은 "학생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학교를 정상화했다. 버지니아 주 당국이 개방 철회를 권고했지만 학교 측은 따르지 않았다. 결국 교내 감염이 확산되자 리버티 대학으로 돌아온 1900명의 학생 중 800명이 학교를 떠났다고 더 가디언은 전했다. 

스웨덴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개방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 학교 문을 열었다기보다 국민들의 자율권에 방역을 맡겼다.

이들의 방역 대책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일 오후(한국시간) 기준 스웨덴의 확진자는 4947명으로 세계 20위권이다. 지난달 28일 3770명이었던 확진자는 5일여 만에 1000명 넘게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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