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4.05 11:23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당초 오는 6일 열릴 예정이었던 OPEC+ 긴급 화상회의가 9일로 연기됐다. 회의 직전 일정이 변경되면서 원유 감산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회의를 9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며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OPEC+ 회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데 따른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시급히 감산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회의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가 결렬된 책임이 서로 상대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OPEC+는 OPEC과 비OPEC 회원국간의 협의체다.

4일 사우디 외무부는 국영 SPA 통신을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다.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를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를 셰일오일 산업을 적대하는 세력으로 만들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놀라울 뿐이다"라며 "이런 시도가 거짓이라는 것은 우리의 러시아 친구들도 이미 잘 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산 제의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라며 사우디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 간 '유가전쟁'에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국 간 불화는 진화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라면 이번 OPEC+ 회의에서 원유 추가 감산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및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석유 생산에 관해 통화했다"면서 "사우디와 러시아 모두 시장 안정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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