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16.03.23 14:18
아래 글은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장이 지난 21일 쓴 보고서 전문입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7개 포퓰리즘 법안으로 최대 연 22조원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일명 단통법), ‘면세점법’, ‘화학물질 등록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 ‘사회적경제 기본법’, 그리고 ‘법인세법’이 포함된다. 매우 의미있는 분석보고서 이다.

그런데, 이와는 좀 다른 각도에서 반시장적인 법안들을 평가할 수도 있다. 다른 각도란, 앞서의 경우처럼 경제적 파장도 물론 크지만,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여 그 영향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이에 따라 그만큼 사회적 관심도도 높았던 법안들을 중심으로 반시장 법안들을 가려볼 수도 있다. 여기서는 영향력과 관심도가 높았던 반시장 법안 ‘Worst 5’를 고르고, 각각의 법안의 내용에 대해 살피면서 그것이 어떤 (역)효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Worst 5’ 법안을 선정함에 있어 엄밀하게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 여기서와는 다른 ‘Worst 5’ 법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여기서 ‘최악의 반시장 법률 5’를 고른 방법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법안들 중 ‘트읫트렌드’에서 법안의 이름을 입력하여 해당 단어가 언급된 글의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 것을 기준으로 골랐다. 기간은 2014.02.01.~ 2016.02.15.까지로 설정했다.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사회적 관심도가 높다는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영유아보육법’(일명 무상보육법), ‘유통산업발전법’(일면 SSM 규제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일명 정년연장법),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일명 단통법), 그리고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일명 도사정가제법)을 19대 국회 ‘Worst 5’ 법안으로 선정했다.

1.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3206, 대표발의: 보건복지위원장)

이 개정안이 제안된 이유는 “부모들이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 문제 및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자녀를 출산할 수 있도록 보육을 국가가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보육에 관한 국민의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이른바 ‘무상보육’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본 개정안의 목적이다. 

무상보육이란 만 0~5세 아이를 가진 가정에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 또는 양육수당 가운데 하나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보육료(어린이집은 보육료, 유치원은 유아학비)는 정부에서 인가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경우 받게 되며, 양육수당은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 지원받는다. 보육료가 양육수당에 비해 두 배 정도 많다. 예를 들어 만 0세 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40만 원 가까운 보육료를 지원받지만, 집에서 양육할 때는 20만 원의 양육수당을 지원 받는다.

우선 ‘무상보육’ 제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센티브의 문제를 보자. 개정안의 이유는 앞서 보듯이 “부모들이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히 맞벌이 부부처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형편에 놓인 가정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명분은 그럴 듯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복지정책이 그렇듯이,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현실은 명분과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아이를 집에서 돌볼 수 있고, 따라서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어린이집에 보낼 필요가 없어서 가정에서 양육을 하던 전업주부 가정 입장에서 볼 때 ‘공짜’로 나오는 보육료의 존재는 애써 가정에서 양육을 할 이유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보육료 지원금도 더 많이 나온다.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은 자명하다. 

수요가 급증하면 이에 따라 공급이 증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2008년 3만4000곳이던 전국의 어린이집은 2014년 4만3700곳까지 급증했다. 갑자기 늘어난 보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가 어린이집 설치 자격 요건을 느슨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어린이집이 약 1만여 개에 달한다. 문제는 수요 급증에 따른 급격한 공급 증가가 시장의 자연스런 과정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고,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에 따라 억지로 발생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이런 인위적 현상은 반드시 ‘자원배분’의 왜곡을 불러일으킨다. 영세하고 부실한 어린이집이 대거 생겨나고, 자격이 없거나 부적격 교사들이 충원될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보육료를 노리고 허위로 등록 인원을 작성하는 등 ‘이권추구’ 현상도 불가피하게 나타날 것이다. 최근 불거진 연이은 어린이집 폭행사건과 가혹행위도 바로 이런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자원배분 왜곡에 따른 부작용의 일면이다.

이런 사정들은 보육료 총 지원금의 규모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다 알다시피 무상보육은 결국 ‘재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막대한 무상보육 재원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결국 보육이 부모와 가정의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화 되어 버렸고, 이 상황에서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 부모 등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번 늘린 무상 복지는 되돌리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제도는 또한 정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본인 부담(수혜자 부담 원칙)일 때에는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던 어린이집이 보육료 지원 후 급격히 늘어난 수요에 의해 정작 어린이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몇 달씩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또한 보육료 지원을 통한 인위적인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인한 결과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과잉복지는 항상 응분의 대가를 요구한다. 작게는 부작용을 낳고, 크게는 국가경제를 송두리째 흔들기도 한다. 남미와 그리스의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수혜자 부담원칙이 적용되어야만 자원배분 왜곡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시장참여자들의 ‘이권추구’ 행태 역시 수혜자 부담원칙이 적용되어야 사라질 것이다.

2.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 및 상생발전을 위하여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품목까지 제한하도록 하자’는 것이 유통산업발전법, 일명 ‘대형마트 규제법’ 개정안의 내용이다. 대형마트의 입점도 규제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대형마트를 규제함으로써 중소마트,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이 개정안은 법치주의에 크게 위배된다. 법치란 어느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들에만 복종하며, 그 외의 것에는 복종할 필요가 없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법치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법다운 법이 되기 위한 조건’이 몇 가지 충족되어야 한다. 그중의 하나가 ‘법이란 집단의 목적 혹은 이익과는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게 되면 법이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해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중소마트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법을 만든다고 함으로써 이런 법다운 법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무너뜨렸다. 엄밀히 말해 이 개정안은 ‘법’이 아니다.

그리고 이 대형마트규제법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한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판단하기에 저렴하고 품질 좋고 편한 곳에서 쇼핑을 하고 싶어 한다. 특히 현대 직장인들의 경우 주중이 아닌 주말에 쇼핑을 하는 경우가 흔한데, 법이 이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많은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소비자 주권’과 ‘소비자 보호’는 사라졌다. 일부 중소마트나 골목상권의 유통업자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롭게 선택해야 할 광범위한 소비자의 주권을 제약해버린 것이다. 

이 조치는 또 영업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지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재산권을 제3자의 개입 없이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물론 이 재산권의 행사 등도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이 있지만, 대형마트가 불법도 아닌 합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고, 또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 대형마트에서 자유로이 쇼핑을 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 오로지 특정 이권단체들의 압력을 받는 정치집단이 자신들의 사익(=표)을 추구하기 위해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대기업이며 강자, 중소마트나 골목상권은 약자라는 이분법 구도를 갖고 복잡계인 시장을 대하는 것도 큰 잘못이다. 대형마트에는 중소 혹은 영세규모의 납품업체가 납품을 하고 있고, 농수축산물 생산자들도 납품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로 인해 이들 중소 및 영세 납품업체들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이 대형마트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형마트 규제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이다. 이들은 약자인가, 강자인가? 정치인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시장경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장을 통제하고 조성해보겠다는 ‘지적 자만’을 부린 것이다.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개정안의 목적은 달성되었나?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 도입 3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 편의점은 4.0%, 대형마트는 3.8%, 슈퍼마켓은 2.3%, 백화점은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전통시장은 의무휴업일이라는 ‘불공정 경쟁’의 혜택을 보면서도 -5.0% 성장으로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의 주권을 빼앗고 영세 농어업인들에게는 고통을 안기며, 설정했던 목적조차 이루지 못하고 부작용만 유발하는 대형마트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 시장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조종하고 통제하고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3.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904752, 대표발의: 환경노동위원장)

이 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면서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이에 따르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한다는 강제규정이고, 후자는 임금피크제 등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강제규정은 아니다.

정년연장은 우선 인건비 증가에 따른 부담으로 신규고용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근무연수에 따른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되어 있어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이다. 따라서 정년연장으로 인해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임금체계에서는 정년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의 임금이 높기 때문에 퇴직자 수 이상의 청년을 신규 고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정년연장으로 어려워짐에 따라 청년 고용절벽 현상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잘 알려져 있듯이 청년 일자리 문제는 그 심각성이 점점 더해가고 있다. 2015년 5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9.3%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버림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들의 취업문을 더욱 좁게 만들어 놓았다.

정부나 국회가 정년을 60세로 연장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유지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정년이 60세가 아니어서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는 말들이 회자되었는가. 잘 알다시피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이 유지한다. 즉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법안은 거꾸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의 정년이 연장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년연장으로 인해 물론 일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는 ‘귀족노조’가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노동시장에서의 기득권 세력이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혜택은 바로 이들 기득권 세력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키고 연장시키는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기에 정년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어야만 고용창출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은 필수적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에서는 청년 고용이 늘고 동시에 장년층의 고용유지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청년과 장ㆍ노년 사이의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세대 간 윈-윈 관계가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정부는 임금피크제가 제대로 추진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각별한 신경을 써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정년연장을 하되 최소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정년연장과 연계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법안에는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협조하라는 규정만 있지,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정년연장은 당연히 수용하되 임금피크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렇기 때문에 법안 개정 이후 사업장마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한 곳에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의 급증으로 신규 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년연장 실시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기업의 부담을 최소한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용 절벽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년 연장을 강제할 이유가 있는가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법으로 정년을 연장한다고 해서 실제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과 생존능력만이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정년연장 강제는 ‘법으로 규정하면 이루어질 것이다’는 입법만능주의의 소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마저도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보완책들에 대해 소홀히 함으로써 그 악영향을 기업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그 결과가 고용절벽이다.

4.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910483, 대표발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기업들의 ‘불투명한’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가격정보에 어두운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고객들은 싼 가격에 구매하는 불공정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또, 이통사를 이동하는 고객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통사 이동 없이 기계를 바꾸는 기기변경 고객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고객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단말기 시장은 실패했고, 따라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단통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이 법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는 한도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고, 이동통신회사와 단말기제조회사는 지원금, 장려금 규모 및 재원을 정부에 신고하라는 새로운 규제를 신설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용자의 가입 유형(번호 이동, 기기변경 등), 요금제, 거주지역 등에 따라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을 할 수 없다; 방통위가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 현황,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이동통신단말장치 구매 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결정하여 고시한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이 상한액을 초과하여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및 재원 등에 관한 자료를 미래창조부와 방통위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는 장려금 규모와 이용자가 이동통신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구입하는 단말장치의 출고가를 미래창조부와 방통위에 제출하여야 한다. 간단히 말해 정부가 가격 통제를 실시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동통신요금 및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단통법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가격차별’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껌과 같은 물건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나 아파트도 가격차별을 한다. 동일한 아파트라도 미분양 아파트가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되는 것은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영화관의 ‘조조할인’이라는 것도 있다. 모두가 기업의 판매전략의 일환이다.

고객은 이런 가격차별에 대해 속수무책인가? 그렇지 않다. 고객 역시 선택권을 갖고 있다. ‘조조할인’이 저렴하다는 것을 알지만 모두가 그것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어디서 언제 어떻게 구입하면 더 싸게 이통통신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아니면 애초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는 그런 노력 자체가 시간의 소비이고 비용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같은 물건이라도 다른 가격에 매매하는 것을 불공정하거나 고객을 차별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시장이 실패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또 설령 시장이 실패했다고 해서 정부가 실패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시장실패보다는 정부실패의 폐해가 더 크다.

오히려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가격담합을 조장하고 있다. 보조금 내용을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한 회사가 공시를 하면 다른 이동통신사업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어 서로 간 눈치를 보며 보조금을 같은 수준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단통법이 단말기 가격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가격담합을 조장한 것이다. 

단통법의 시행으로 소비자들은 이익을 보는가? 잘 알려진 대로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하고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낮은 지원금을 책정하게 되어 당연히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구매가 감소하고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경쟁을 제한하고 통제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하는 비경제학적인 일은 시장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판매자 역시 단통법의 피해자다. 특히 영세판매점의 경우 타격이 극심하다. 시장의 거래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영세 상인들의 영업이 크게 위협받고 폐업 위기에 몰렸으며,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통신단말기 제조사도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다. 단말기의 경우 상품 교체 주기가 빠르다. 신제품을 출시했을 때 구형 모델을 시급히 처분하는 것이 이롭다. 또한 신제품이라 하더라도 경쟁상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가격할인을 할 수도 있다. 단통법은 기업의 이런 탄력적인 가격정책을 원천금지 시키고 있다. 이러한 통제의 결과는 국내 단말기 제조회사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킬 것이다. 

공격적인 가격정책은 통상 시장점유율이 낮은 기업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가격전략이다. 하지만 가격경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통제된 상황에서는 가격경쟁은 불가능하고 고객이 이통사를 이동할 유인도 크게 줄어든다. 이것의 결과는 시장의 고착화이며, 이는 후발주자들에게는 매우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통법은 거대 선발주자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반경쟁법이다.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하여 소비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가계 통신비를 인하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시장은 위축되고 관련 산업도 악영향을 받는다. 판매점과 제조사는 물론이고 소비자까지도 모두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그렇기 때문에 단통법(端通法)은 ‘모두를 아프게 한다’는 의미의 단통법(團痛法)으로 불리고 있다.

가격통제 등 인위적 질서를 통해 자생적 질서인 시장을 이겨보겠다는 시도가 성공한 예를 본 적이 없다. 이 법 역시 ‘법으로 만들면 이루어진다’는 입법만능주의와 자생적 질서인 시장을 인위적 통제로 조정해 보겠다는 지적 자만이 빚은 반시장적 입법이다.

5.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의인번호 1903267, 대표발의: 최재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명 ‘도서정가제법’이 2014년 일부개정 되었다. 개정안을 제안한 이유는 도서정가제도의 예외가 지나치게 넓게 인정되고 있어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즉 “현행법에 따라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 도서(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경과한 도서(구간도서)와 실용서ㆍ초등학습 참고서,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함으로써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출판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개정안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한 개정이유에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이 법은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인해 학술, 문예 분야의 출간을 어렵게 하는 등 도서의 품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고, 출판시장의 거래질서를 어지럽힘으로써 중소형서점이 몰락하는 것을 막아 중소서점의 이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이 구매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도서에 정가제가 적용되고, 최대 할인율은 현행 19%에서 4%포인트 낮아진 15%로 줄어든다. 전체 할인율 15% 중 가격할인은 10% 이내로 제한되고 나머지는 마일리지나 상품권 등 여타 경제상의 이익을 통해 할인할 수는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도서정가제의 예외로 인정되었던 발행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도서와 실용서 및 초등학생 참고서 등도 15% 이상 할인하지 못하게 된다.

개정안의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의 범주가 너무 넓어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은 도서정가제를 도입했던 본래의 입법 취지를 간과한 것이다. 도서정가제, 즉 도서를 출판사에서 정해 준 ‘정가’대로만 팔아야 한다는 것은 공정거래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이른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서 본래는 반경쟁적인 불법행위이다. 그런데, 도서의 경우에 이런 불법행위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문화상품’이라고 하는 특성 때문이었다. 따라서 가격경쟁의 제한으로 인한 왜곡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 적용범위도 가능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그쳐야 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범위가 너무 넓어 -적용 범위가 너무 좁아- 도서정가제의 도입 효과가 미미하다는 인식은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본래의 취지를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또 새로운 도서정가제는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구간에 대해서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구간은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창고비와 보관비 등 재고처리의 부담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는 다양한 할인을 통해 처리하는 등 경영효율화를 시도해오고 있었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이제 이러한 민간기업의 경영의 자율성에 제동이 걸리고, 경영상의 큰 부담을 안게 되면서 간행물 시장은 위축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에서는 구간에 대해서는 도서정가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구간에 대해서까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 개정의 또 다른 이유는 ‘중소서점 살리기’이다.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과의 할인 경쟁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서점이 어려움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할인율을 축소시킴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동네서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중소서점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 한 허망한 기대로 끝날 것이다. 이것은 동네 골목상권 살리겠다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영업품목 등을 규제함으로써 골목상권도 살리지 못하면서 유통시장 전체를 축소시킨 것과 똑같은 발상에 똑같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강화와 경쟁의 제한은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소비자의 구매 감소는 출판계, 서점, 저작자 모두에게 이로운 신호가 아니다. 시장은 축소되고 출판산업은 ‘진흥’이 아닌 ‘쇠퇴’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결어

시장에서의 지식과 정보의 교환, 자생적으로 형성된 질서의 요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장실패라고 왜곡하면서 이를 교정하고 조종 및 통제할 수 있다고 덤비는 정치권과 정부는 ‘지식의 오만’을 한껏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식의 오만을 부린 결과는 앞의 여러 법률이 보이는 결과들에서 분명하게 목격할 수 있듯이 ‘보이는 손’에 의한 ‘보이지 않는 손’의 파괴와 그로 인한 해당 시장과 산업 및 전체 경제의 위축과 고사(枯死)다.

권 혁 철 소장 |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원문 출처 : http://www.cfe.org/20160321_14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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