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3.23 14:50

선거에서 본선 못지 않게 치열한 것이 바로 경선이다. 특히 경선은 전략공천부터 여론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룰이 있어서 더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사라졌을 법도 한 ‘돈 봉투’가 아직도 경선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그 어떤 정치권 관계자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가장 화두가 됐던 이슈는 바로 ‘상향식’ 공천이다. 캠프 관계자들은 이제 상향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질려버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상향식 공천은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과거 밀실공천, 낙하산 공천에 크게 데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향식 공천이 유일한 민주 공천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정당의 고유 기능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 상향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여당의 공천은 상향식과 전략공천이 적절하게 섞여서 활용됐다.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필자 역시 이해한다. 하지만 직접 경선을 발로 뛰면서 들여다 본 지역 정치에서 상향식은 아주 위험한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필자가 뛰었던 지역구에서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과 3범인 인사가 시의원으로 선출됐다. 상향식 경선이 낳은 결과다. 화려한 전과가 있어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행사해온 사람에게 상향식 경선은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가 아닐 수 없다.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정책적 의지가 없어도 유력 인사라면 상향식이 더 매력적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당의 목표가 정권재창출, 의석확보라는 관점에서 '상향식 공천'의 미명아래 같은 당 후보자들끼리 보기 좋은 정책 대결보다는 흡집잡기에 혈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을 통해 어렵사리 공천을 받더라도, 해당 후보자는 이미 온갖 마타도어와 소송문제로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상향식이 원칙이고 전략공천이 예외인 것은 맞다. 상향식이 최대한 많이 적용될수록 공천이 민주화되는 것 또한 십분 인정한다. 하지만 ‘무조건’ 상향식 공천은 오히려 정치를 퇴보시키는 구태가 될 수 있다. 경선이 끝나고 나서도 상향식의 아픔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당이 쪼개지고 국민들간의 분열이 더 가속화되는 것에 상향식 경선이 미치는 악영향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가 마무리되면 여야는 상향식 공천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상향식이라는 쓸만한 도구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 논의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보다 더 성숙한 상향식 경선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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