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4.09 15:06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자료제공=금융감독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가치와 시장가격간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폭등했음에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려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9일 소비자경보 ‘위험’을 발령했다.

이번 경보는 금감원이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후 최고 등급인 ‘위험’을 발령하는 첫 사례이다. 소비자경보는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운영된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향후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유가연계 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레버리지 ETN 투자가 증가하면서 괴리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가격이 지표가치 대비 큰 폭으로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유동성공급자(LP)의 유동성공급 기능이 원활치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괴리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ETN 투자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지표가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로 괴리율이 양수인 경우 시장가격이 과대평가 됐음을 나타낸다.

지표가치는 ETF의 순자산가치(NAV)와 유사한 개념으로 ETN 1증권당 실질가치를 의미한다. 투자 상환 시 상환기준가로 사용되며 괴리율 판단기준으로도 사용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러시아간 원유 분쟁으로 원유지수가 급락한 이후 원유지수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N 매수가 급증했으나 유동성 공급 및 괴리율을 조정하는 유동성공급자(LP)의 보유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유동성 공급 기능이 사라진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매수물량이 급증하면서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를 크게 상회해 괴리율이 폭등했다.

레버리지 ETN 상품의 월간 개인 순매수 금액은 올해 1월 278억원에서 3월 3800억원으로 3522억원(1266.9%) 폭증했다.

8일 기준 주요 레버리지 ETN 상품의 괴리율은 종가 기준 35.6~95.4%로 매우 높은 수준다. ETN이 지표가치에 연계돼 수익이 결정되고 유동성공급자(LP)가 6% 범위 내 관리토록 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자산인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다”며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큰 투자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자는 괴리율에 해당하는 가격차이 만큼 잠재적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며 “ETN 상환 시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기관, ETN 발행사 등과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ETN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금융상품 관련 이상 징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신속히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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