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4.09 17:06

"학생들 스마트폰 훨씬 선호…원격수업 받아들이는 능력 차이 커"

한 초등학교 교사가 온라인 개학 전 원격수업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교육부TV 캡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온라인 개학 전 원격수업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교육부TV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인프라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다. 하지만 진짜 뚜껑을 열어보는 것은 다음 주가 될 것이다." (A씨)

9일 고3과 중3 학생들에 한해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원활한 수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충남 홍성군에 있는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A씨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다. A씨는 이날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고 얘기했다.

A씨는 먼저 고3 학부모로서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온라인 개학을 하니까 아들이 집에 있으면서도 수업을 듣기 위해 기상·취침시간 등을 지키는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바로 "시간은 지키지만 원격수업만으로는 학습량이 많이 부족한 게 가장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A씨에 따르면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량 부족을 우려한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A씨는 "고등학생의 경우 학습량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사교육을 안 받던 애들까지도 (사교육을) 시작했다"며 "정부에서 학원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하고 거리유지하라고 하지만 학원을 안 보낼 수는 없는 처지"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선 "학부모들이 (등교개학을 못 하는 것을) 3월까지는 그래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지만 4월이 되자 더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애들도 이쯤 되니 학원이라도 가야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학부모 입장에서 이번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애들은 학교를 가야 하는구나'를 다시금 절실히 느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번 온라인 개학이 확정되면서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좀 더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시행을 해보니 애들이 공부를 안 한다"며 "다른 학부모들도 애들은 반드시 학교를 가야만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원격수업에 대한 긍정 의견도 밝혔다. A씨는 "아들의 학교는 구글 zoom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화상 조회를 했는데 서버 문제없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접속을 하는데 조금 느리다뿐이지 엄청나게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교사로서 경험한 원격수업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원격수업은 교사의 나이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했다. 컴퓨터 활용 능력에 따라 수업 진행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이 집에서 수업을 잘 듣지 않아서 계속 독려를 해야 하는데 원격수업에선 어려움이 많다고도 호소했다. 학생들도 원격수업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일반적으로 10대 학생들은 당연히 (원격수업을)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도 활용능력 차가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A씨에 따르면 컴퓨터를 잘하거나 원래부터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금방 적응하고 원격수업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학습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력이 비교적 부족하거나 공부에 아예 관심이 없는 학생의 경우엔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깔고 접속하는 것 자체를 어렵거나 귀찮게 생각한다. 

A씨는 "원격수업은 애들이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등교수업의 경우에도 자는 애들은 자고, 공부하는 애들은 하고, 멍 때리는 애들은 멍 때리는 등 똑같지만 그걸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되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우려를 샀던 장비 문제는 예상외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요즘 학교엔 평시에도 e북 테스트 수업 등이 이뤄져 1~2개 반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스마트 패드가 비축돼 있다"며 장비 관련 문제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또 "학생들은 화면이 작더라도 오히려 노트북이나 패드보다 스마트폰을 훨씬 선호한다"고도 덧붙였다. 학생들은 따로 노트북을 켜고 원격수업에 접속하기보다는 늘 쓰는 휴대폰을 쓰는 것이 익숙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휴대폰에 카메라가 다 있기 때문에 화상수업토론 등도 편하게 할 수 있고, 과제물도 구글·네이버 설문지 등을 통해 제출할 수 있다. 

A씨는 "인프라 자체는 우려한 것보다 훨씬 괜찮다"며 "결론적으로 생각보다는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업량 부족이 걱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잘 진행되고 있고, 뉴스에서 말하는 것보다는 잘되는 편이긴 하다. 뉴스나 신문에서는 비관적인 의견이 훨씬 많은데 그냥 딱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나름의 만족을 표했다.

다만 A씨는 "진짜 뚜껑을 열어보는 것은 다음 주가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오늘은 고3·중3의 2개 학년만 개학했기 때문에 원격수업의 서버 자체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다음 주(4월 16일) 중·고등학교 전 학년과 초등학교 고학년들까지 다 접속을 하게 되면 오늘과는 비교 안 될 만큼 서버 용량을 많이 차지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A씨는 "지금 조금이라도 안정적일 때 문제점을 빠르게 찾아내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9일 고3·중3의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고학년은 4월 16일, 초등학교 저학년은 4월 20일에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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