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4.09 16:08
2020학년도 수능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최윤희 기자)
2020학년도 수능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최윤희 기자)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현역 병사가 선임병의 부탁을 받고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리 응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5년 만에 수능 대리 시험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부와 수능 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관리 소홀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

군은 9일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병사 A씨(20)가 작년 11월 14일 서울 시내 한 사립고등학교 수능 고사장에서 당시 선임병(현재 전역) B씨(23)를 대신해 수능에 응시했다고 밝혔다. B씨는 A씨가 대신 치른 수능 점수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지역 3개 대학에 지원했다고 전해졌다.

수험표엔 A씨가 아닌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수차례에 걸친 감독관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도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육 당국의 수능 시험 감독 체계가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A씨가 대리 응시한 2020학년도 수능의 '대리시험 및 부정행위 방지' 세부계획에 따르면 수험생은 수능 응시원서를 제출할 때 여권용 규격사진 2매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해당 사진은 각각 응시원서와 수험표에 부착된다.

수능 당일 감독관은 수험생들의 응시원서 사진과 수험표·신분증 사진을 대조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이 작업은 매 교시 시작 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특히 1교시 국어 영역과 3교시 영어 영역 전 쉬는 시간엔 '본인 확인 시간'이 따로 설정돼 있어 더욱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차례의 검사과정을 거치면서도 A씨의 대리 응시 사실은 시험 당일 적발되지 않았다. 결국 A씨가 B씨와 닮아 보이게 분장을 했거나, 해당 고사장의 감독관이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A씨에게 속은 감독관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수능 시험실당 감독관은 2명(탐구영역은 3명)이고, 매 교시 교체된다.

또 시험 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한 감독관은 매 교시 다른 고사장에 들어가야 하며, 전체 5교시 중 최대 4교시만 들어갈 수 있다. A씨가 5교시 제2외국어영역 시험을 보지 않고 감독관이 중복해서 들어왔다 가정하더라도 4교시 탐구영역까지 최소 대여섯명의 감독관에게 적발되지 않은 셈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11일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제보가 평가원에 전해지면서 최초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제보를 넘겨받아 조사한 뒤 군사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군사경찰은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정확한 범행 동기 및 대가 수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며,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대리시험 대가로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2일 전역한 B씨에 대해서도 민간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수사할 방침이다. 

수능 대리 응시 사건은 지난 2005학년도 수능 이후로 15년 만이다. 교육부 측은 "우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감독관의 과실인지, 감독 체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평가원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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