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4.09 18:25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제공=주한미국대사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제공=주한미국대사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콧수염 총독' 논란을 빚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대사직을 그만둘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사가 임기 동안 불거진 각종 갈등과 사건들에 대해 갈수록 커지는 실망감을 표시해왔다고 이렇게 전했다. 한 소식통은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 계속 봉직하기보다는 11월까지만 머무르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의 사임계획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문제 등 한미 간의 갈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7월 해리스 대사 부임 이후 한·미 간에는 과거에 비해 갈등 현안이 많았다. 해리스 대사는 그동안 한국에선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과 같은 악역을 맡아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이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 대학생 진보단체 회원들이 주한 미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사건이 벌어졌고, 도심 한복판에서 해리스 대사의 얼굴 사진을 훼손하는 시위도 열렸다.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 혈통인 탓에 인종적 독설의 타깃이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심지어 고위급 한국 관리들까지 인신공격을 가했고, 일부 한국인들은 그의 콧수염을 '일제 총독'에 비유하며 조롱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해리스 대사가 업무상 부담에 대해 불평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자신을 향한 개인적 주목이 그를 짓누른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해리스 대사가 이미 사표를 제출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이미 그는 은퇴 계획의 일환으로 미 콜로라도주에 집을 새로 지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보도에 대해 주한 미국 대사관은 대변인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 훌륭한 한국민, 독립적인 언론 등과 적극 소통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대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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