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11 13:00

찬반 논란 가열…"이탈 막는 효과적 수단" vs "법률 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
김순례 의원 "인권존중 차원에서 좀 과한 조치…강령 준수 위한 정신고양 중요"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서울 서초구는 미국에서 입국한뒤 자가격리 지시를 받고도 인근 커피숍과 음식점 출입을 일삼은 20대 여성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10일 밝혔다. 경남 고성군은 이날 베트남에서 들어온뒤 자가격리 의무를 어기고 자신의 집에서 여러 외부인과 모임을 가진 60대 남성을 검찰에 고발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30명대로 줄었지만, 최근 드러난 서울 강남 대형 룸살롱에서의 확진자 2명 발생 사건에서 보듯이 집단감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클럽 외에도 음료를 마시기위해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는 대형 커피숍도 전염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예방수칙 점검 대상에선 빠져 있다. '스타벅스 감염사태'가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라는 대의명분과 관련 법령에 따라 자가격리 이탈자 등에 대한 엄벌, 생계지원금 환수 및 지급 배제 등 강경 대응 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지만 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자가격리를 어기는 즉시 당국이 파악할수 있도록 보다 강도 높은 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가격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단으로 전자팔찌(전자 손목밴드)가 거론된다. 성폭력,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등을 저질러 유죄를 선고받고 형기를 마친 사람에게 발목에 발찌를 채운뒤 위치추적과 보호관찰을 하는 전자발찌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레인과 홍콩은 자가격리자의 외출을 막기 위해 전자팔찌 착용 제도를 도입, 시행 중이다.

바레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격리 대상자 전원에게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했다. 격리 위반자에겐 3개월 이하의 징역형 또는 1만 바레인디나르(약 3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시행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달 하순부터 해외에서 입국하는 전원에게 2주 동안 위치추적용 전자팔찌를 착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홍콩은 격리 조치를 어길 경우 벌금 80만원 이상이나 최대 징역형에도 처하도록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과 관련,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지만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전자팔찌 착용에 대해 80.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8~9일 전국 16개 지역의 만 19세 이상 일반국민 1000명에게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이 조사에서 '찬성' 응답은 30대와 50대 연령층에서 동일하게 82.9%, '반대' 응답은 20대에서 17.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찬성 이유로는 ▲감염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해서(47.1%) ▲무단이탈자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어서(19.3%) ▲자가격리 앱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서(18.5%) ▲위반사례 발생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14.6%) 순으로 각각 조사됐다. 반대 응답에는 '인권침해 소지'를 문제 삼은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정부 "전자 팔찌 부착이 이탈 막는 효과적 수단"

정부는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전자 팔찌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일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전자 팔찌 부착이 이탈을 막는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주재한 비공개 '관계 장관 회의'에서는 전자 팔찌의 구체적 도입 방안이 주요 의제로서 다뤄지기도 했다.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면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격리지 무단 이탈이 잇따라 감염 사례가 빈발한 데 따른 대책이다.

정부의 논의대로라면 전자팔찌는 격리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착용하도록 조치한다. 만약 부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입국을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은 자가격리의 휴대전화에 앱을 깔도록 해 이탈 여부를 모니터링 해왔지만,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외출하는 사례들이 발생하자 아예 신체에 별도 장치를 부착해 보다 엄격한 위치 관리를 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8일에는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전자 팔찌의 도입에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부처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처럼 전자팔찌 착용 여부와 관련해 여러 차례 회의를 여는 등 심각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적잖은 수의 국민들이 자가격리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자가격리자는 모두 3만7248명이다. 무단이탈 등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해 적발된 사람은 하루 평균 6.4명, 총 137명이며 이 가운데 63명은 고발 조치돼 수사중이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자가격리 무단이탈 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기존 벌금 300만원이 아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지만, 자가격리 무단이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권단체들 "감염 피해자에 대한 낙인·혐오 부추겨"

정부와 국민 대다수의 입장과는 달리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의 인권단체들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시민의 인권을 중심에 두지 않은 '전자 팔찌' 도입 검토 등 정부의 강경대응정책 추진에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수의 자가격리 이탈자의 지침 미준수를 근거로 모든 자가격리 대상자와 감염 피해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부추긴다"며 "나아가 사회구성원 전체의 자발성과 기본적 인권을 훼손하는 전자 팔찌의 도입 검토, 처벌강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경대응대책 추진에 유감을 표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전자 팔찌는 신체에 부착하는 형태의 기기로 휴대폰에 설치된 자가격리 앱과 연결돼 착용자의 위치 정보를 방역당국에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며 "전자 팔찌를 착용하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앱이 설치된 휴대폰으로부터 20m 이상 떨어지면 전자 팔찌는 경보음을 울리며, 자가격리 대상자는 그 즉시 격리 이탈자로서 조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자 팔찌는 자가격리 대상자를 핸드폰으로부터 20m라는 좁은 공간에 구속하고, 실시간으로 감시함으로써 자가격리 대상자가 가지는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및 사생활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예정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법률상 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 행위"

이들은 "먼저 전자 팔찌 도입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 제2호는 감염병의 증상 유무 확인을 위한 기기의 이용만을 허용하고 있을 뿐, 기기를 이용한 격리의 이탈 등의 조사 및 감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들은 또 '무단이탈률'이 미미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의 무단이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전자 팔찌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 3만 7248명의 자가격리 대상자 중 무단이탈로 적발된 사람은 총 137명으로(2020년 4월 4일 기준) 그 이탈률은 0.36%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전자팔찌 부착 자체보다도 다른 측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들은 "전자 기기의 부착은 원칙적으로 과거 삼청교육대, 현재의 보호관찰 등과 더불어 자의적, 이중적 처벌의 위험을 갖는 제도로서 결코 남용돼서는 안 된다"며 "인신 구속·통제가 대내외에 마치 선진적인 정책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역의 효율성 그 이상으로 위 흐름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의 인권침해 상황이 방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의 수립 시 감염병 상황에서 시민들의 기본권을 어떻게 제한할지가 아닌 어떻게 보장할지를 고민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김순례 "격리 강령 준수 위한 정신고양이 중요"

김순례 미래한국당 의원은 약사 출신으로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그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자 팔찌 부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인권존중이라는 차원에서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우리들의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가격리를 지켜보다 보니 초동단계에서 피격리자에게 절도 있는 격리에 대한 제반사항을 충분히 인지 시키지 못한 정부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질병관리본부 관리자가 '격리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는 도중에 잠깐 나갔다 오는건 괜찮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격리자에게 얘기하기도 했다더라"며 "격리자에 대해 격리 강령을 준수시키는 선행적 정신고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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