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4.11 07:05

중국 업체, 2025년 출시 목표 승용 FCEV 개발 박차…토종 車 업체‧지역 공과대 협업
선행기술 보급 통해 기술표준, 충전 인프라, 기업 이미지 등 경제적 가치 창출 가능

현대차가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가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대규모 집단으로 수소차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은 오는 2025년이면 당초 계획보다 5년 빨리 100만대 수소차 보급 달성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세계 최대 수소차 국가로 등극할 전망이다. 

이처럼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 토요타가 현지 기업과 대학들에 기술 제휴 등을 통해 기술 우위를 인식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NEV(신 에너지 자동차)보조금 체계개편을 추진하며 NEV 성능조건을 강화하고, 국고보조금 지급규모를 축소했다. 전기버스와 수소전기차를 제외한 지방보조금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수소전기차(FCEV)에 대한 최대 보조금 지원을 상향조정해 기술향상을 유도하고 FCEV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월별 중국의 NEV 판매 현황(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월별 중국의 NEV 판매 현황(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중국, 수소차 굴기 위해 지원금 확대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NEV 판매 규모는 2018년보다 4% 감소했다.

승용차 부문에서 BEV(배터리 전기차)는 83만4000대가 판매되어 전년대비 5.9% 증가했으나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판매가 전년대비 14.7% 감소해 승용 NEV 판매는 0.7% 성장에 그쳤다.

상용차 부문에서 BEV는 13만7000대, PHEV는 5000대가 팔려 전년대비 각각 29.9%, 4.7% 줄었다. 상용 NEV는 14만6000대가 팔리는데 그쳐 2018년보다 28.3% 감소했다.

중국 현지의 NEV 실적 감소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중국 정부의 NEV 규정 변경으로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거품이 끼었던 전기차 관련 산업의 민낯이 들어나고 있다”며 “그동안 중국 정부의 과도한 자국 업체 감싸기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부분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기존 NEV 정책을 변경해 전기차에 대부분 지급되던 보조금을 수소전기차로 비중을 늘리면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변경된 중국 정부의 NEV 계획에 따르면 수소차에 대해 최대 20만위안(3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면, 전기차는 최대 2만5000위안(425만원)을 지원하는 차별적 지원정책을 통해 수소차 굴기(崛起)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수소전기차 보급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전기차 개발, 지원정책과 보급 목표를 제시하면서 수소차 보급목표를 2020년 5000대, 2025년 5만대, 2030년 100만대로 설정한바 있다.

가격 목표도 승용 FCEV의 경우 2025년 20만위안(3400만원), 2030년 18만위안(3060만원) 수준으로 한국과 일본에 비해 낮게 설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수소차 굴기 계획을 실행 중이다.

더욱이 수소차 보급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수소충전소도 한국과 일본보다 많은 1000개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료인 수소의 제조 방식을 부존 수소 사용에서 최종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편,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 각 지방 정부도 자체적으로 수소차 육성을 위해 지원정책 및 보급 목표를 발표했다.

베이징시는 FCEV 구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이외로 정부보조금 한도 중 50%를 시에서 지원하고, 연료전지의 핵심부품 개발과 밀도‧내구성 목표를 제시했다. 상하이시는 FCEV 생산 규모를 2025년까지 1000억위안, 2030년까지 3000억위안 규모를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톈진시는 2020년까지 수소에너지 산업을 150억위안 규모까지 육성을 목표로, 수소차 800대 이상, 충전소 10개(500만위안 지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인 SAIC, 둥펑, FAW, 장성, 체리, 장안, GAC 등 10여 곳도 FCEV 개발 및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업체들은 우한이공대학·칭화대학·상해동제대학 등 지역공과대학과 협업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에 돌입했다. 그 외에 다수의 수소차 관련 연구소를 설립해 수소차 핵심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연간 1000여대 수준으로 수소차 초기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각 지방 정부는 공공서비스용 버스·트럭의 보급을 통해 수소차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의 수소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65% 증가한 1193대로 상용차 부문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소차 보급 로드맵(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중국의 수소차 보급 로드맵(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수소트럭 상용화 노력…중국 토종 10개 업체 개발 박차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수소 상용차 개발과 실용화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 이들 업체들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승용 FCEV의 시험 운행을 진행해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5년부터는 본격적인 제품 출시를 진행 할 계획에 있다.

중국업체 중 수소차 기술이 가장 앞서 있는 상하이자동차(SAIC 모터스)는 2006년부터 수소차 관련 기술의 연구를 시작했다. 2016년에는 중국 최초의 승용 FCEV Roewe 950 FULL CELL을 출시한 바 있다.

2018년 6월에는 연료전지 시스템 업체 상하이 지에 하이드로 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연료전지 시스템의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개발된 연료전지를 탑재한 주행거리 550㎞급의 MPV FCEV 모델 G20FC를 2021년 공개할 예정이다.

둥펑 자동차는 2018년 10월 총 개발비용 1억5456만위안 규모의 국가 중점 연구개발 3개년 프로젝트인 ‘연료전지 승용차 시스템 플랫폼과 완성차 개발’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주행거리 연장형 FCEV보다 기능이 개선된 연료전지 구동 비율을 높인 FCEV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5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제일기차(FAW 자동차)는 지난해 8월 FCEV 연료전지 모듈 제조 라인을 구축했다. 향후 승용차 모델 홍치(紅旗) H5에 탑재하고 올해 시험주행을 할 계획이다. 장성기차(Great Wall)는 FCEV 시스템 기술 개발 업체를 인수해 2022년에 승용차용 85㎾ 연료전지 시스템을 양산하고, 2023년에 첫 FCEV 승용차 출시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안기차는 지난해 11월에 영국에 ‘수소연료전지기술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영국 연료전지업체 인텔리전트 에너지(Intelligent Energy)와 공동으로 FCEV의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1년에 주행거리 연장형 FCEV, 2025년에는 일반 FCEV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경이면 중국 현지에서 승용 FCEV의 상용화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수소차 개발에 다수의 완성차업체 및 부품업체, 공과대학 등 산학연이 모두 FCEV 개발에 매진하고 있어 2030년 이전에 수소차의 최대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10월 도쿄모터쇼에서 미라이 2세대 콘셉트 공개했다.(사진제공=토요타)
토요타는 지난해 10월 도쿄모터쇼에서 미라이 2세대 콘셉트 공개했다.(사진제공=토요타)

◆ 중국, 수소차 개발 아웃소싱 의존도 커…토요타 기술 도입

중국은 부족한 수소차 핵심 기술로 인해 관련 기술을 자체적 개발하기보다는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와 수소 관련 기술을 다투고 있는 일본의 토요타의 수소 전기차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는 현지 업체의 수소관련 기술 개발 과정에 다각적으로 참여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토요타의 부품과 기술 등을 공급하면서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요타는 2017년 중국에서 수소차 생산을 결정하고 자사의 수소차로 3년간의 성능 시험을 마쳤다. 중국합작사인 제일기차(FAW 자동차)와 광저우 자동차그룹(GAC 모터스)에서 토요타의 FCEV 모델인 미라이를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에는 FCEV 핵심 부품의 중국 판매를 결정한뒤 GAC, FAW, FOTON(BAIC 상용차 브랜드) 등 다수의 자동차업체 및 수소차 관련 업체와 기술 제휴를 했다.

북경자동차 그룹(BAIC) 산하의 상용차업체 FOTON과 파트너십을 통해 연료전지와 수소탱크 등을 지난해 4월 공급했다. 기타 상용차업체와의 파트너십도 추진 중이다. 한편, 지난해 4월 칭화대학과 미래기술연구소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토요타는 수소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 중 가장 빨리 중국에 진출해 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표준 선점과 현지 인재육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서 자동차 관련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전에 카세트 오디오는 ‘마이 마이’라는 공식과 같이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는 토요타의 수소차 기술을 자사 제품에 탑재할 수 있는 것을 큰 장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일본 부품업체와의 파트너십 확대가 지속되면 중국 수소차산업 내 영향력은 더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보행거리에 개설한 수소 비전관 'Hyundai Hydrogen World' 내 넥쏘 공기 정화 시연존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보행거리에 개설한 수소 비전관 'Hyundai Hydrogen World' 내 넥쏘 공기 정화 시연존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지난해 본격 진출…수소차로 반전 시도

현대차는 수소차 관련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중국 현지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토요타에게 중국 FCEV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기술적 우위에 있는 동안 최근 비약적 발전을 이룬 토요타와 확실한 우위를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중국도 수소차 관련 기술 발전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며 우리의 뒤를 바짝 뒤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유럽과 미국시장에서는 수소차 관련 협업과 공유를 진해왔지만, 유독 중국 시장에서 수소차 관련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었다. 이러한 입장을 변경해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중국 현지에 수소차 기술을 알리기 위해 ‘수소 비전관’을 개관하며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내 사업적 기반을 다지고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판매 부진에 빠져 있는 중국 시장을 수소차로 반전을 노려보겠다”고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수소차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 업체도 토요타와 같이 우리의 기술력을 이용해 충전 인프라, 기업 이미지 등을 미리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향후 수소차 개발 경쟁에 대비한 기술 표준의 선점과 핵심부품의 공동 개발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현지 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요타와 같이 초기 기술개발 및 시장에 진출해 바닥부터 현지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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