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4.12 16:50

씨젠, 올해 초 대비 주가 259% 수직 상승…증권업계 "뒷받침하는 실적 확인해야"

바이오기업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픽사베이)
바이오기업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일명 'K-방역'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사례가 성공적인 롤 모델로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각국 정부 및 경제단체들로부터 관련 제품의 수입 요청이 크게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마스크, 코로나19 진단키트, 인공호흡기 등을 가장 긴급히 요청했고 소독제, 수술용 장갑, 방호장비 등 의료용품의 수입 수요도 크다.

특히 한국은 국경과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 발병과 동시에 광범위한 진단을 시도했고, 추적한 역학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의 협조를 유도하면서 확산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또한 'K-방역'이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새로운 한류가 될 것이라면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세계 각국에서 호평이 이어지는 방역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씨젠, 진단시약 개발 '올인'…셀트리온, 24시간 교대로 치료제 연구 '몰두'

K-방역이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사스·메르스를 겪은 경험이 쌓여있는데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신속한 대응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진단키트 수출액은 1784만 달러로 전년 동월 보다 18% 증가했다. 2월엔 221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0%, 3월엔 4865만 달러(한화 약 589억원)로 무려 117%나 성장했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 중에서는 바이오 기업 씨젠이 진단의 정확도면에서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집단 발병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전 세계에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즉시 연구소장에게 진행 중이던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최우선 순위로 진단시약 개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천 대표는 당시 "개발은 매우 신속해야 한다"며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젠은 1월 16일에 사내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을 제안하고, 21일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불과 2주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키트 '올플렉스'를 개발했다.

씨젠은 2월 1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 승인 사실을 통보받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개발에 나섰다가 아예 사용승인을 못 받거나, 승인을 받더라도 집단 감염이 일시적 현상에 그쳐 개발한 제품을 폐기하는 상황도 존재했다.

이같은 위험에도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에만 매진한 결과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 공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천 대표에 따르면 씨젠은 진단키트의 95%를 해외로 수출 중이다. 미국에서도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와 LA 카운티가 씨젠 진단키트 2만개를 125만 달러(약 15억3800만원)에 구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연구진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진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1단계를 완료한 데 이어 2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는 셀트리온 연구개발진이 24시간 교대 체제로 총 투입돼 이뤄낸 결과이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환자 면역세포 수령 후 3주 만에 치료제 개발에 가장 핵심적인 첫 단계를 완료한 것이다. 일반 항체 치료제 신약 개발의 경우 이 단계까지만 3~6개월이 걸린다.

셀트리온은 인체 임상이 가능한 제품 개발완료 목표 시점을 기존 6개월 내에서 4개월 내로 앞당겨 오는 7월 말까지 인체 투여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의 가용 개발 자원을 총동원해 제품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신속진단키트 및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일조하고 국내 마스크 무상공급에도 최선을 다해 국민건강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미국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코로나19 항체 후보 물질을 위탁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4400억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6년 상장한 이후 단일공시 기준 최대 계약 금액이다.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후보 물질 'COVID-19 중화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물질이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 '패스트 트랙'으로 승인됨에 따라 대규모 생산 역량과 안정적 공급이 필요해지면서 이번 계약이 체결됐다.

조지 스캥고스 비버 바이오테크놀로지 CEO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례 없는 신속함으로 팬데믹 대응 협업에 동참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오는 2021년 3공장서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바이오기업, 시가총액 순위 '껑충'…증권업계 "기대감보다는 실적 확인해야"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기업 순위도 크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한국CXO연구소의 '국내 상장사 올해 1분기 시가총액 순위 변동 분석'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씨젠이다. 이 기업은 지난 1월 초만 해도 시가총액은 8119억원으로 1조 클럽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다.

1월 2일 기준 시총 순위는 223위에 불과했는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대반전이 펼쳐졌다. 3월 말 시가총액이 2조9145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며 시총 순위도 1분기에 160계단이나 고공 상승하며 63위를 꿰찼다. 3월 말 시가총액 62위 이마트와 맞먹는 수준으로까지 높아지면서 최대 파란을 일으켰다. 

올해 1분기에만 시가총액이 1조원 넘게 증가한 곳도 7곳으로 파악됐다.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셀트리온이다. 이곳은 시가총액이 1월 초 23조1008억원에서 3월 말 29조3914억원으로 6조2906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가가 27% 넘게 오르면서 시총 순위도 8위에서 5위로 움직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5조341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조5398억원), 엔씨소프트(2조4369억원), 한진칼(2조325억원), 셀트리온제약(1조3706억원) 등은 시가총액이 1월 초 대비 3월 말에 1조 이상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셀트리온 삼형제 기업이 올해 1분기에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늘어나는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3월 말 시총 100대 기업 중 1월 2일 대비 3월 31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씨젠이다. 올해 초 3만950원이던 주가가 3월 말 11만1100원으로 무려 259%나 수직 상승했다.

씨젠 주가는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세계적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각국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등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밀려들면서 한층 탄력이 붙었다.

특히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고 문 대통령이 다음날 씨젠 사옥을 방문하자 씨젠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료제공=G
올해 1분기 주가상승률 상위 기업. (자료제공=한국CXO연구소)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단기간 폭등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수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먼저 올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 씨젠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로 씨젠의 브랜드 가치는 크게 높아졌고 향후 키트 외 제품 매출에도 시너지가 발생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현재 시총을 유지하려면 이번 코로나19 키트 매출이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이같은 논리 성립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 영향과 무관한 곳이나 사업실체가 불분명한 회사가 코로나 테마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의 피해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사례를 보면 마스크 생산업체로 잘못 알려진 A사는 코로나 사태 발생 초기 코로나 테마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단기간 급등(약 300%)한 뒤 급락했다. 체외진단기 생산업체를 자회사로 둔 B사도 코로나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단기간 약 100% 급등했으나 이후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 테마주는 주가 등락률이 현저하게 크고 예측이 어려워 투자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투자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단순히 코로나 관련 테마 등에 편입됨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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