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4.10 20:30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

뇌동맥류는 뇌속에 있는 ‘시한폭탄’이다.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터지면서 머릿속을 혈액으로 가득 채운다. 얼마전 배우 정일우씨가 뇌동맥류로 투병하고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뇌동맥류는 불행하게도 희귀질환이 아니다. 인구의 1% 정도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해 누구나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환자의 증가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5만8541명에서 2019년 11만5640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나이별로 보면 환자의 절반인 6만9170명이 50~60대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중년 여성에서 환자가 많은 것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혈관 보호기능을 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폐경 이후에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뇌동맥류의 류(瘤)는 한자로 꽈리를 뜻한다. 혈관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오르는 것으로 일종의 혈관기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동맥류가 세월이 지날 수록 계속 커진다는 사실이다. 혈액의 흐름이 이 부위에서 와류를 형성하고, 그로인한 압력으로 혈관이 부풀어오른다. 이렇게 얇아진 혈관은 결국 혈압을 견디지 못해 터지고, 환자는 ‘뇌지주막하출혈’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서둘러 병원을 찾더라도 시시각각 높아지는 뇌압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든다. 운이 좋아 생명을 건진다고 해도 후유장애가 기다린다. 뇌압이 뇌세포를 손상시켜 보행이나 언어기능, 감각 등 관련된 기능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뇌동맥류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과 구역·구토 외에도 의식을 잃거나 경련, 반신마비 등이 뒤따른다.

많은 환자에게 전조증상이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이때 서둘러 치료를 받으면 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동맥류에 작은 구멍이 생겨 혈액이 분출되다 터지지 않고 다시 막히는 경우다.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는 뇌혈관단층촬영(CTA)이나 뇌혈관자기공명영상촬영(뇌MRA)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동맥류가 발견되면 코일색전술로 혈관의 부푼 부위를 메워줘 혈액의 정상적인 흐름을 도와준다. 사타구니 또는 팔목의 동맥을 통해 뇌까지 도관을 집어넣어 시술하기 때문에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매우 적다.

하지만 도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에 동맥류가 있을 때 또는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혈종을 제거해야 할 때는 수술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머리뼈를 일부 열고 혈관을 묶어주는 이른바 ‘경부결찰술’이 시행된다.

뇌동맥류는 일종의 혈관기형이기 때문에 예방할 수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파열을 막을 수는 있다. 적정 혈압을 유지하고, 혈관을 취약하게 만드는 당뇨병 예방과 금연이 바로 그것이다. 스트레스나 비만,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역시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된다.

무엇보다 위와 같은 고위험군은 40대부터, 건강한 사람 역시 50대에는 MRI 등 뇌영상촬영을 통해 뇌혈관을 한번쯤 점검해보자. 다음은 뇌동맥류 파열을 의심하는 증상들이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오심과 구토 ▶약물치료로 나아지지 않는 두통 ▶두통과 함께 발생하는 경련·발작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눈꺼풀 처짐과 사물이 두개로 보이는 복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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