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15 00:05

밴드왜건 효과와 견제심리 간 대결 양상…'총선 승리하면 대선 진다'는 말 유념할 때

지난 13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같은 당의 고민정 서울 광진구을 후보의 유세 지원에 나서 고 후보의 손을 치켜 세우며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지난 13일 이인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같은 당의 고민정 서울 광진구을 후보의 유세 지원에 나서 고 후보의 손을 치켜 세우며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여야가 사활을 걸고 맞붙었던 4·15총선 열전 레이스가 14일로 막을 내렸다. 15일은 유권자가 선택하고 결단하는 날이다. 과연 국민들이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견인할 요인을 점검하고 대선 전초전의 의미가 포함돼 있는지도 짚어본다.

◆범여권, 승리 자신하는 이유는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에서 "비례 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이후 여야 모두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에 그는 지난 1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 때문에 물의가 빚어진 점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열심히 하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 않는가라는 희망사항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비록 '개인의 견해'라지만 진보진영이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시각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즉, 범여권이 승리를 자신한다는 측면이다. 그것도 과반 의석을 상회하는 승리를 예상한다는 것인데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무엇보다 '코로나 19사태'에 대해 정부가 대처를 잘했다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상당히 넓게 퍼져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 등이 6차례에 걸쳐서 정부에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비록 초기 방역에 실패했지만, 그 이후 정부가 대응을 잘했다는 인식이 적잖다는 얘기다. 

반면,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는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야당에는 기회를 제공할 '경제위기론'에 근거를 둔 '정권 심판'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지금은 증시가 다소 회복돼 180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2200대를 넘나들던 코스피지수가 한때 1400대로 추락했던 것은 나름 의미심장해 보인다는 평가다.

뿐만아니라,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겪고있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선거에서 야당 측에 유리한 요소일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걸려 죽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19 여파로 굶어죽게 생겼다'는 자조적 표현이 회자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경제위기론에 따른 정권심판론에 적잖은 표심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차명진 '세월호 막말' vs 김남국 '여성비하'

선거판의 핵심변수 중의 하나인 '막말 혹은 말실수'가 여야 모두에서 터져나왔다. 이른바 '막말 장군멍군'이다. 김대호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전 후보의 특정 세대 비하 발언,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전 후보의 세월호 관련 막말 등이 대표적이다. 통합당은 이들을 후보에서 제명하는 초강수를 던졌고 이를 통해 중도층의 표심 이탈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했고 급기야 '큰절 유세'와 '도와 달라'는 읍소 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막말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김남국 경기 안산 단원을 후보의 여성비하 팟캐스트 출연 및 김한규 서울 강남병 후보 캠프 측에서 불거져 나온 단체 대화방의 '2번 찍을 어르신 투표 않도록' 발언 등이 문제가 됐다. 양당이 서로 실수를 한 상황 속에서 결국, 유권자들은 보다 더 강력하게 마음을 움직인 '악재'에 반응해 한 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경기 안성시 중앙로 서인사거리에서 같은 당의 김학용 안성시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면서 유권자들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지난 1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경기 안성시 중앙로 서인사거리에서 같은 당의 김학용 안성시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면서 유권자들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미래통합당 홈페이지)

◆'밴드왜건 효과' vs '견제심리' 발동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회의'에서 "여전히 선거 판세는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수도권과 충청 강원에서는 아직 지역구 절반 이상이 경합 중이며 영남은 10곳 이상에서 힘겹게 승부를 걸어보고 있지만 여전히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에는 승부를 장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잘 해내길 바라신다면 국회가 안정돼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며 "내일 꼭 나오셔서 지역구 투표는 첫째 칸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후보, 비례투표는 세 번째 칸 기호 5번 더불어시민당에 투표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상당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유권자들이 좀더 지지해주면 국회 안정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호소로 읽혀진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정태호 민주당 서울 관악을 후보 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선 "이번에 민주당이 제1당이 되고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국회 의석 과반을 넘겨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승기를 잡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 속에서 은연중에 '밴드왜건 효과'를 유도하려는 심리가 엿보인다.  

'밴드왜건 효과'란 선거운동에서 우세를 보이는 후보 쪽으로 투표자가 가담하는 현상을 말하는 정치학 용어이다. 처음에는 지지하지 않았던 후보나 무관심했던 후보가 우세를 보이면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를 포기하고 대세를 잡은 후보 쪽으로 돌아서는 현상이다. 일종의 편승효과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국민들의 '견제심리'를 자극하는 작전으로 맞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들은(민주당) 경제를 망쳐도 찍고, 민주주의를 죽여도 찍는다"며 "이기는 방법은 그들보다 표가 많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통합당은 "개헌 저지선(100석)이 위태롭다"는 말까지 내놓았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수도권의 중도층과 30·40 표심 중 통합당 쪽으로 오려고 하던 표심들이 멈춰 있는 상태"라며 "그래서 그 부분을 저희가 좀 집중적으로 부각해 호소하려 한다"고 읍소했다. 결국, 통합당은 국민들의 견제심리(특정 정당의 압승을 견제하려는 심리)에 상당히 기대하는 모양새다. 

◆'총선 승리하면 대선 진다'는 말이 나온 이유

서울 종로에서 맞붙은 이낙연 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통합당 후보 중에서 누가 승리할까. 선거함을 개봉해야만 알 수 있을 문제이지만, 정치권에선 대통령선거 전초전 성격이 일부 들어있음을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양자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해당자가 차기 대선에서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는 시각에 무게감이 실린다. 

만일 이번 종로대전에서 이낙연 후보가 승리하고 또 민주당도 전국적으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4일 기자와 만난 야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치는 생물이다. 총선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지고 대선에서 이기면 총선에서 진다는 세간의 언급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승리에 도취되는 것이 위험하다"며 "이리되면 초심을 잃고 해이해진다. 내부에서 서로 좀더 많은 전리품을 자신의 세력이 가져가려고 다투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필패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마냥 웃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 이긴 정당이라해도 표심의 메시지를 엄밀히 분석한뒤 약점을 메우고 미래 먹거리도 발굴하지 않은 채, 논공행상에만 몰두한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역대 선거마다 견제와 균형의 미덕을 발휘해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상시켜온 국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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