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17 13:44

이민석 변호사 "문은상 대표·신현필 전무에 대해 영장 청구 가능성"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신라젠의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신라젠의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바이오업체 신라젠의 전 대표 등 임원 2명이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보유한 주식을 판 혐의'를 받고 17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신라젠의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의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이다. 이들은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에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거액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라젠은 한때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 행진을 했지만, 임상시험이 중단되면서부터 주가가 폭락했다.

이 전 대표는 2008∼2009년에 대표이사를 지냈고, 문은상(55) 현 신라젠 대표이사의 친인척인 곽 전 감사는 2012∼2016년에 이 회사의 감사와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부산의 신라젠 본사와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수사를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신라젠과 신라젠의 대주주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등의 대형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는 이민석 인권변호사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 전 감사가 구속된 것은 신라젠에 대한 수사의 서막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가 보기엔 이들이 주범은 아니다. 그보다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문은상 대표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현재 전무인 신현필 씨가 주범 격이고, 이들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지난해 9월, 신라젠의 문은상 대표는 회사 주식을 처분한 돈으로 부동산에 대거 투자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까지 신라젠 주식을 집중 처분해 1300억원가량 챙겼고, 이 돈으로 고급빌라와 주택을 잇따라 매입했다. 또한, 아내 명의로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를 설립해 전문적으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라젠은 당시 항암 신약으로 알려진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 실패로 한때 15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1만원 안팎으로 추락하면서 수많은 주주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정작 펙사벡의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던 문 대표는 당시 신라젠 주식이 거의 최고점인 상태에서 그 주식을 처분해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이뿐만 아니다. 문 대표의 친인척인 특별관계자 곽병학 씨는 2018년 1월 740억 원어치(72만 8천 주)를 매도했고, 역시 문 대표의 친인척인 조경래 씨도 당시에 주식 및 비상장 전환사채(CB) 매각으로 338억 원을 현금화했다.

이에 더해 신현필 전무(88억), 민은기 전 전무(14억), 노정익 전 감사(7억) 등 회사 임원들도 주식을 팔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손에 거머 쥐었다. 

당시 주식시장에선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이 한창 부풀어 오른 때라 신라젠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당시 코스닥 상장 이후, 한동안 1만 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신라젠 주가가 2017년 하반기 들어 펙사벡 임상 3상 착수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해 그해 11월 21일에는 주가가 13만 1천원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8조 7천116억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코스닥 종목 중 신라젠은 2017년 당시 코스닥 종목중에서 연간 주가 상승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공 행진하던 신라젠 주가는 2017년 12월~2018년 1월 문 대표와 그의 친인척인 곽병학·조경래·문상훈·임수정 씨 등 특별관계자 4명이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이 공시되면서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다. 

펙사벡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면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데 3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들이 지분을 팔아치운 것은 '3상 통과가 어렵다는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대주주 지분율 제고 목적으로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부과된 1천억 원대의 세금을 내고 개인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 매각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고, 펙사벡 3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초 신현필 전무가 보유 지분 전량(16만 7천777주)을 팔아 88억원을 챙기면서 논란은 되풀이됐고, 급기야 신 전무의 지분매각 이후 약 한 달만인 지난해 8월 2일 미국에서 '펙사벡 간암 치료 3상 시험 중단 권고 발표'가 나오면서 신라젠 주가는 무너지기 시작해서 올해 3월말에는 8500원까지 곤두박질 쳤다가 4월 16일에는 1335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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