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4.20 00:05

김병관·이동섭 등 낙선…14조 매출에도 정의당만 게임발전 공약 내놔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게임 산업 발전과 진흥에 앞장서온 정치인들의 명암도 갈렸다. 

'친게임' 행보를 보여온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하태경 미래통합당 후보는 국민들로부터 재신임 받는데 성공했다. 게임 개발자 출신인 류호정 정의당 후보도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구성했던 얼굴 중 다수가 자리를 잃었다. 포럼에서 주축으로 활동한 웹젠 경영진 출신 김병관 민주당 후보, 게임포럼 공동 대표 이동섭 통합당 후보는 낙선했다. 통합당 김세연, 조훈현 전 의원, 강길부 무소속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경진 무소속 후보는 선거에서 졌다. 12명의 의원 중 6명이 자의반타의반 의정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주요 정당 차원의 게임 관련 공약은 미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공약집에 '올바른 게임이용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공약 하나 만을 올렸을 뿐이다. 그나마 미래통합당은 게임 관련 언급조차 없었다.

이처럼 여의도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게임 산업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14조2902억원이다. 전년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수출액 또한 7조원을 넘어섰다. 정치권의 관심 부족이 아쉬운 이유다. 

◆'낙선' 김병관·이동섭…"업계 목소리 대변자 잃었다" 

낙선한 '게임 친화' 후보들. 왼쪽부터 김병관 민주당 후보, 이동섭 통합당 후보. (사진=김병관 트위터, 이동섭 페이스북)
낙선한 '게임 친화' 후보들. 왼쪽부터 김병관 민주당 후보, 이동섭 통합당 후보. (사진=각 후보 SNS)

대표적인 '게임 친화'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김병관 민주당 후보와 이동섭 통합당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쓴 잔을 마셨다. 

'최초의 게임 업계 출신 의원'으로 알려진 김병관 민주당 후보는 간발의 차로 의석과 멀어졌다. 경기도 분당갑에 출마한 김 후보는 7만7006표를 얻어 7만8134표를 얻은 통합당 김은혜 후보에게 밀렸다. 단 1128표 차이였다. 김 후보는 선거 이후 블로그에 글을 올려 "감사하고 죄송하고 부끄럽다"라며 "선거 결과는 많이 아쉽지만, 모두 제 부족함 때문이다. 반성, 성찰, 연마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뮤'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회사 웹젠의 창업자다. 지난 2016년 민주당 영입 인재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대 의원 활동 기간 그가 발의한 관련 법안은 게임을 문화예술로 보는 등 법적 지위를 올리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셧다운제 폐지를 담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21대 국회에 게임에 대한 이해를 지닌 인물이 줄어들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동섭 통합당 후보는 서울 노원구을에서 낙선했다. 그는 36.5%의 득표에 그쳐 우원식 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게임 관련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이다. 게임 분야 전문 비서관까지 둘 정도로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당선인과 게임 포럼을 발족해 공동 대표를 맡았고 하태경 당선인과는 '그리핀 사건' 이후 e스포츠 표준 계약서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대리 게임을 알선·제공하는 것을 처벌하는 일명 '대리게임 처벌법'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꾸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재신임' 조승래·하태경 '최연소' 류호정…게임법 개정·e스포츠 성장 '탄력'

'게임 친화' 21대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조승래 민주당 당선인, 하태경 통합당 당선인, 류호정 정의당 당선인. (사진=조승래 트위터, 하태경 유튜브 채널, 류호정 페이스북)
'게임 친화' 21대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조승래 민주당 당선인, 하태경 통합당 당선인, 류호정 정의당 당선인. (사진=각 당선인 SNS)

반면 21대 국회의 '게임 친화' 의원으로 조승래 민주당 당선인, 하태경 통합당 당선인, 류호정 정의당 당선인이 손꼽힌다. 

조승래 민주당 후보는 대전 유성구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조 당선인은 56.5%를 득표했다. 그는 20대 국회의 대표적인 '친 게임' 인사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발족한뒤 꾸준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필두로 게임 인식 개선과 산업 진흥을 이끌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2월 문체부는 확률형 아이템 고지 의무화, 업계 자율 규제 명문화, 게임물관리위원회 개편 등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조 당선인이 국회에 재진입하면 관련 논의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태경 통합당 당선인도 꾸준히 게임 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친 게임' 의원 중 하나다. 하 당선인은 부산 해운대구갑에서 59.4%를 득표해 유영민 민주당 후보, 박주언 무소속 후보 등에 앞섰다. 

하 당선인은 지난해 LCK 팀인 그리핀과 '카나비' 서진혁을 둘러싼 불공정 계약 이슈에 뛰어들며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을 표출했다. 그는 당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프로 대회에서 유망주 선수 한 명이 소속팀으로부터 협박과 강요를 당해 불리한 조건으로 노예계약을 맺었다는 폭로가 나왔다"며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스포츠 업계의 노력으로 관련 계약은 무효가 되고 팀은 징계를 받았다. 대회 주관사 라이엇 게임즈가 관련 규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롤드컵' 유치로 e스포츠산업 활성화를 끌어내겠다는 공약, 해운대에 게임문화 콘텐츠 융복합타운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선보였다. 하 당선인은 의정 기간 내 꾸준히 e스포츠 산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게임 친화' 정치인은 게임 개발자 출신 류호정 정의당 후보다. 류 당선인은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당선됐다. 헌정 사상 최연소(만 27세) 국회의원이기도 한 류 당선인은 게임 BJ, 스마일게이트 개발자 근무 경험 등 독특한 이력을 쌓아왔다. 게임 산업과 청년층의 노동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리 게임' 논란은 약점이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타인에게 대신 게임하게 해 점수를 올려 질타를 받았다. 류 당선인은 이 논란에 "부당한 방법으로 이력을 꾸며 취직하지 않았다.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이른바 '스펙'도 없다"면서도 "6년 전의 일이지만 몇 번이고 사과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전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 중이다.  

한편 정의당은 당 차원에서도 게임 산업 발전 공약을 선보였다. 포괄임금제 금지 및 특별연장 근로 폐지, 중소게임사 위주 자금 지원 및 공동 쇼케이스 등이 핵심이다. 게임 산업 관련 후보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낸 만큼 정의당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에 관심을 기울일지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