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4.18 07:05

3개월간 10조 한도, 추후 연장 및 증액 논의…"보험사 포함됐으나 주 대상은 증권사"

(사진제공=박지훈 기자)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비은행 금융기관인 증권사와 보험사에 대한 대출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단기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일반기업,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새로운 대출제도인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일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 자체 수요와 채권안정펀드 매입 등으로 차환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나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전개와 국제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며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별대출제도 시행에 따라 한은은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인 증권사 및 보험사에 일반기업이 발행한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해 준다.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언제든 한은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대기성 여신제도 방식으로 진행되며 5월 4일부터 3개월간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용된다. 다만 금융시장 상황 및 한도소진 상황 등에 따라 연장 및 증액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1997년 위환위기 당시에도 한은은 한국증권금융과 신용관리기금에 각각 2조원, 1조원을 대출해줬으나 이번에는 사상 최초로 일반 증권사와 보험사를 상대로 대출을 허용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 대상에 보험사가 포함됐으나 주 대상은 증권사가 될 것”이라며 “보험회사는 대출 대상이 한은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보험사로 제한되고 무엇보다 이번 대출은 만기 6개월 이내로 장기 대출이 아닌 단기 유동성 공급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출제도로 증권업계 유동성 관련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담보가 우량등급 회사채로 한정된 만큼 대출 정책의 즉각적인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증권사 대출 경로가 늘면서 단기 유동성의 안전판이 확보됐다”고 덧붙였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증권회사는 추가적인 자금조달 창구를 확보하게 됐다”며 “이에 단기자금시장에 집중된 자금조달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CP금리도 안정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회사채에 대한 담보력이 높아짐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의 회사채를 보유하는 메리트가 형성되는 만큼 최근 나빠진 회사채 투자심리의 개선 및 크레딧 스프레드의 점진적 축소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담보물로 지정된 회사채가 우량회사채에 국한되고 우량 회사채 내에서도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높은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종목간 등급간 차별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회사채 담보도 파격적”이라며 “대출 현실화 여부와 규모, 금리 수준 등이 관건이겠지만 현재로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조치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또 “최근 증권사들이 ELS 마진콜 관련 심각한 유동성 부족을 경험했고 여전히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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