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17 18:25

이낙연, 당대표 경유 대권행·대권 직행 놓고 고민…'박원순계 11명' 21대 의원 당선, '결집력' 과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3개월 만에 13.9% 급상승…정세분석력·발빠른 대처 좋지만 원내세력 취약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b>이낙연</b> 전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낙연 전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뒤 정치권의 시선은 2년후 대통령 선거를 향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치 지형이 진보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는 것은 선거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미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홍준표 무소속 당선자를 포함한 보수 쪽 잠룡들 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예비후보에게 관심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하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18.4%포인트 격차로 꺾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광역단체장으로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3인의 장·단점을 비롯해 위기와 기회 요소를 살펴본다. 

정승안 동명대 자율전공학부 교수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서울 종로구 당선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권 주자 후보로서 평가했다. 물론 정 교수는 지극히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해 "2년후 대선은 사실상 '통일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될 것 같다"며 "이낙연 전 총리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리더로서의 중후함과 균형감·안정감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말, 품격, 총리로서의 경험 등 버릴 것이 없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지역 확장성은 다소 약해 보인다"며 "(호남 출신인 이 전 총리는) 영남지역까지 그 영향력이 확장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모든 것에서 철두철미하고 뛰어난 편"이라면서도 "다만, 박 시장이 만기친람형 리더라서 이런 기질을 가진 인간형은 리더로서 보다는 실무형 전문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감하게 맡기고 거기에 적합한 사람을 쓰는 리더십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일등공신은 박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에서 커버했기에 그나마 코로나가 이 정도로 잡힌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이 장면에서 박 시장의 치밀함과 명확한 판단력이 돋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 시장이 국회의원을 한 경험이 없는 것과 민주당 내에 박 시장을 경계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는 점은 향후 박 시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는 정치적인 힘과 배짱이 두둑한 편이라고 본다"며 "국가가 전시(戰時)나 긴급 상황이라면 최고의 지도자감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외연이 좀 좁다는 것이 핸디캡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보수세력을 끌어 안아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렇게 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게는 민주당의 주류세력과도 타협을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세 사람 모두가 부딪히게 될 장벽으로 '친문세력의 견제'를 꼽는 분위기다.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해야만 대권후보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낙점받기 편해진다. 대권 잠룡들 각자가 '친문세력'과의 우호적 관계 설정에 어느 정도 공을 들여 성과를 내느냐와 여의도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낙연, '당대표' 거쳐 갈까 '대권직행'일까

4·15총선에서 '대선 전초전 성격'의 선거로 꼽혔던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여유있게 제친 이낙연 전 총리에게 2022년 대선으로 가기 위한 두 가지 길 중에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를 놓고 선택지가 놓여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1위 자리를 지켜온 이 전 총리가 당내 장악력을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 오는 8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민주당의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하기에 불과 8개월 짜리 당대표 선거에는 나오지 않고 곧바로 대선 도전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는 추측도 만만치 않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런 부분은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이미 나와 있는 듯하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2022년 대선까지 유지하고 '이낙연 대세론'도 골인 지점까지 몰고갈 수 있는 동력을 얻는데 어느 길이 유리하겠느냐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박원순계, '박원순 깃발' 아래 결집 가능할까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른바 '박원순계'는 서울시 출신 8명, 선거 캠프 출신 1명, 원내 현역 의원 3명을 모두 합쳐 총 12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9명, 호남 2명, 강원 1명 등으로 수도권에 많이 포진돼 있다. 이중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11명이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서울시 출신으로 출사표를 던진 8명 중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전 행정1부시장을 비롯해, 진성준(서울 강서을)·김원이(전남 목포) 전 정무부시장, 천준호(서울 강북갑) 전 비서실장, 최종윤(경기 하남) 전 정무수석, 박상혁(경기 김포을) 전 정무보좌관이 모두 당선됐다. 이에 더해,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전 비서실장은 김진태 통합당 후보를 꺽고 당선자 대열에 합류했다. 

박 시장 후보 캠프 때 법률지원단장으로 뛰었던 민병덕(경기 안양 동안갑) 변호사도 당선됐다. 그는 박 시장의 선거 때마다 캠프에서 법률 자문을 도맡았다. 다만, '박원순계'중에서 서울시 출신으로 비교적 늦게 정치에 뛰어든 강태웅 전 행정1부시장은 서울 용산에서 권영세 미래통합당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890표 차이(0.66%p)로 고배를 마셨다.

서울시장 후보 캠프 중랑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도 3선에 성공했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남인순(서울 송파병) 의원도 3선 고지에 올랐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서울 성북을)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쯤되면, '박원순 사단이 화려하게 꽃피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하지 않은 진용이다. 

그렇다고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2년 대선을 향해 '깃발'을 들었을 때 좌고우면없이 곧바로 합류할 인사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정치는 여러가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박원순계의 '결집력'이 얼마나 단단한지 무른지에 따라 박 시장의 대권 도전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박 시장을 직접 만나 본 적잖은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박 시장의 2022년 대권도전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박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상당부분 보완된만큼 박 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도 탄력을 받게 될 확률이 대폭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재명, 당내 '이재명계' 늘리는 게 급선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거론된다. 이 지사가 '코로나19 정국'에서 선명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한 것이 총선 승리에 기여를 했다는 시각이 많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권심판론이 비등해야 하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맛보지 못했던 효과가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단체장 후광 효과"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지사가 코로나19 정국에서 재난기본소득 등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자영업자나 가정주부, 학생 등에게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크게 뛰어오른 이 지사의 약진이 민주당 소속 경기지역 후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3월 5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이 전 총리를 꼽은 응답자가 24.7%로 가장 많았다. 2위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15.0%), 3위는 13.9%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였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같은 기관에서 3개월 전(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선 6.4%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을 통해 지난달 1~2일 이틀간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아울러 이 지사가 지난달 24일에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도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번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지사의 이 발표 이후, 경기도내 30개 시군의 재난기본소득 지급계획 발표로 이어졌고 여야의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지급 공약 발표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보여온 이 지사에 대해 정세분석력이 탁월하고 이에 따른 발빠른 대처는 발군이라고 평가하는 정치인들이 적지않다. 정무감각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는다. 

다만, 이 지사가 2022년 대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지사가 민주당내에 이 지사 지지 의원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 '이재명계'로 볼 수 있는 인물은 이규민 경기 안성시 당선자(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와 정성호(경기 양주), 김영진(경기 수원병), 김병욱(경기 분당을) 의원 등 4명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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