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4.19 14:27

금융위·금감원,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 발표…"전체 금융사 자금 공급 여력 206조∼394조원 증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금융사에 대한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완화 조치로 향후 금융권 전체 자금공급 여력이 최대 394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제7차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의결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19일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필요한 규제에만 한정해 적용하고 유연화 혜택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적극적 법령 해석 등 시행 가능한 조치부터 먼저 추진해 속도를 높이고 정책 집행 과정의 병목현상이 없도록 현장 애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데 시행 원칙을 뒀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원칙에 따라 자본 적정성 규제, 유동성 규제, 자산 건전성 규제, 면책 강화 등 4개 부문의 세부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은행의 LCR 규제는 오는 9월까지 완화된다. LCR는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외화 LCR는 8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원화와 외화를 합한 통합 LCR는 100% 이상에서 85% 이상으로 낮췄다.

100%를 맞춰야 하는 은행 예대율도 내년 6월까지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예대율을 산정할 때 올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춰 계산한다. 다만 개인사업자·법인 대출 중 신규 주택임대업·매매업 대출에 대한 가중치는 가계대출과 같은 수준(115%)으로 올렸다. 저축은행(110% 이하)과 상호금융조합(80∼100% 이하)도 내년 6월까지 10%포인트 이내에서 위반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도 늘어난다. 다른 자회사에 대한 자회사의 신용공여 한도와 합계액이 각각 자기자본의 20%, 30%로 10%포인트씩 증가한다. 이에 따라 5대 주요 은행이 계열사에 12조9000억원 상당의 신용을 추가 공급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봤다.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참여하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자본적립 부담이 줄어든다. 현행 규정상 은행의 증안펀드 투자금은 위험가중치 300%가 적용되나, 이를 100%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증안펀드가 주식시장 안정이라는 '특정 경제분야 지원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반적인 주식 보유 대비 3분의1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증권사의 경우 증안펀드 출자액에 적용되는 위험값이 일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대비 하향 조정한다. 보험은 기존 8~12%에서 6%로, 증권은 9~12%에서 4.5~6%로 낮춘다. 이는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으로 일반적인 ETF 투자에 비해 손실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증안펀드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결과다.

또한 2022년 도입하기로 했던 '바젤Ⅲ 최종안' 중 신용리스크 산출방법 개편안이 올해 2분기부터 조기 시행된다. 앞서 바젤위원회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출시 적용하는 신용리스크 산출방법 등을 개편하는 '바젤Ⅲ 최종안'을 오는 2023년까지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국내 은행권의 BIS 비율이 평균 0.8%포인트 오르고, 공급 여력이 259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의 기업 대출 채권에 대한 NCR 규제도 완화된다.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자금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신규 취급한 기업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최대 2년 만기까지 위험값 산정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은행의 '거액 익스포져 한도 규제' 시행시기는 내년 이후로 연기한다. 바젤위원회는 거액여신에 따른 편중위험 완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거액 익스포져 한도 규제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연계된 거래상대방별 익스포져를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토록 하는 내용으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부터 행정지도로 실시하고 규제화 시기는 검토 중이었다.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만기 연장·상환 유예 대출과 관련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필요가 없고 미수 이자를 회계상 이자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한 보험사의 채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출자 허용, 카드사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확대(6배→8배), 보험 설계사의 대면 채널 모집 시 전화 모집(TM) 절차 준용 허용, 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 한시 완화, 저축은행 영업구역내 의무여신비율 한시적 적용 유예 등도 방안에 담겼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 따라 금융사 전체 자금 공급 여력이 206조∼394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종별로 보면 은행 71조6000억∼259조원, 증권사 8조6000억원, 카드사 54조4000억원, 저축은행 6조6000억원, 상호금융조합 65조1000억원 등이다.

이밖에 금융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공시·업무보고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도 제재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하는 한편,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이 '제제에 대한 우려 없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규 개정없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즉시 이행하고, LCR과 예대율 등 기한부 조치들에 대해선 기한 도래 전 연장이나 보완 필요성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이번 규제 유연화 조치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관련 동향을 철저하게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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