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4.20 12:19

김은준 IBS 연구단장 연구팀

NMDA 수용체는 기억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용체이다. 이 수용체가 시냅스 내에서 위치할 수 있도록 안정화시키는 분자적 기전은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연구를 통해, PTP 단백질이 전-시냅스에 있는 다른 단백질의 탈인산화를 통해 NMDA 수용체를 안정화시켜 기능을 조절함을 밝혀냈다.
NMDA 수용체는 기억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용체이다. 연구결과 PTP 단백질이 전-시냅스에 있는 다른 단백질의 탈인산화를 통해 NMDA 수용체를 안정화시켜 기능을 조절함이 밝혀졌다 (그림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연구팀이 ‘새로움’을 인식하는데 관여하는 시냅스 기전 및 신경회로를 발견했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신경세포는‘시냅스’라는 작은 구조물(약 0.5 마이크론의 크기)을 통해서 서로 소통한다. 

시냅스는 전-시냅스와 후-시냅스가 서로 접착되어 만들어 지는데, 전-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면 후-시냅스가 수용체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신경전달이 일어난다.

시냅스 형성의 가장 중요한 과정은 전-시냅스와 후-시냅스가 서로 제 짝을 찾아 올바른 신경회로를 만드는 것인데, 이 과정을 매개하는 것이 시냅스 접착 단백질로 시냅스 형성에 이들이 주로 관여한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추가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시냅스 형성의 또 다른 중요한 과정은 새로 형성된 시냅스의 후-시냅스 위치에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가 위치하고 안정화되는 것인데 기존의 연구를 통해 해마와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의 하나인 NMDA 수용체가 중요함은 밝혀졌지만, 구체적인 시냅스 기전은 불명확했다. 

후-시냅스 막에 존재하는 NMDA 수용체는 기억 형성이나 제거에 중요한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으며, 기능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자폐증이나 조현병 등을 유발한다는 가설도 있다.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팀은 전-시냅스에 위치한 ‘PTPσ’라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이 기억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NMDA 수용체가 위치하고 안정화될 수 있도록 도와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냅스는 그 활성 정도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지속적으로 변화가능하며, 이를 시냅스가소성이라 부른다. 

시냅스가소성은 뇌의 여러 기능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기억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냅스 접착 단백질 PTPσ가 탈인산화 효소 기능을 통해 후-시냅스의 NMDA 수용체 양을 증가시켜 해마 영역에서 NMDA 수용체에 의존적인 시냅스가소성을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시냅스 접착 단백질 PTPσ가 시냅스 형성에 관여한다는 기존의 체외(in vitro)실험 결과와 달리 시냅스 형성과는 무관하지만 성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결과를 동물의 체내(in vivo)실험을 통해 얻었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PTPσ가 결손된 생쥐는 시냅스 형성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음에도 새로움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새로운 사물이나 새로운 생쥐, 새로운 상황이나 규칙의 변화 등 다양한 실험환경에 대한 노출 후 일반 생쥐와 PTPσ가 결손된 생쥐의 반응 차이를 통해 새로운 대상을 인식하지 못함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3개의 방으로 구성된 생쥐의 상호작용 실험에서 PTP 단백질이 결손된 생쥐는 물체와 생쥐가 놓여있을 때 생쥐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잘하였지만, 생쥐가 다른 생쥐로 바뀌었을 때 새로운 생쥐를 인식하지 못했다. 

‘새로움’에 대한 인식 결여는 해마의 특정 신경회로와 NMDA 수용체 결손에 따른 것으로, PTPσ 단백질이 해마에서 다시 발현되거나, NMDA 수용체의 기능이 정상화되면 생쥐의 ‘새로움’에 대한 인식 기능이 회복되었다.

김은준 단장은 “시냅스 접착 단백질의 하나인 PTPσ가 단순히 전-시냅스와 후-시냅스를 연결하는 ‘접착제’가 아니라 새로운 자극에 대한 인식능력을 조절하고 관련 신경회로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 연구가 관련 뇌질환의 발병 기전 이해 및 향후 뇌인지 기능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이라이프에 지난달 6일자로 게재됐다. 

김은준(왼쪽부터) 연구단장, 김경덕 학생연구원, 신왕용 연구위원 (사진제공=IBS)
김은준(왼쪽부터) 연구단장, 김경덕 학생연구원, 신왕용 연구위원 (사진제공=IBS)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