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4.20 14:55
하정우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컷)
하정우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컷)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배우 하정우와 그를 협박했던 해커와의 대화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하정우는 해커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시간을 끌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경찰에 넘기는 등 수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가 20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하정우는 해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역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은 해커가 하정우에게 처음으로 접촉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약 3주 동안의 대화다. 해커는 12월 2일 하정우의 개인 정보를 전송하며 금전을 요구했지만, 하정우는 이를 무시했다.

이튿날 하정우는 이것이 실제 상황임을 깨닫고 처음으로 해커에게 답장을 보냈고, 이후 침착하게 해커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화 과정에서 하정우는 해커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어떻게 해킹했나", "직접 하신 거냐", "당신은 해외에 있는 거냐"며 질문을 했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얻진 못했다.

해커는 첫 접촉 후 이틀이 지난 12월 4일 하정우의 개인정보 등 해킹 자료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15억 원을 요구했다. 이에 하정우는 "금액이 너무 크다"며 난색을 표했고, 이튿날인 5일 해커는 재차 금품을 요구했다. 하정우는 답을 하지 않고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고, 자신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받기도 했다.

신고 이후 하정우는 해커와의 대화를 이어나가며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그는 일이 바빠 답을 잘 못 한다며 해커에게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했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정우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자 해커는 요구 금액을 15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이후 하정우는 해커의 정보를 더 끌어내기 위해 "지금 약 올리는 거냐. 상당히 불쾌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그간 정중하던 말투 대신 반말을 하며 "13억이 무슨 개 이름이냐. 그럼 나 배밭이고 무밭이고 다 팔아야 한다. 너한테 배밭(땅) 줄 테니까 팔아 봐라"는 등 주도권을 잡아갔다.

하정우는 시간을 끌면서 정보를 수집했고, 마침내 해커가 삼성 클라우드로 해킹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IP 등 결정적 실마리를 잡은 경찰은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정우는 여전히 해커와의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벌었고, 이제 오히려 더 애가 달은 해커는 금액을 12억 원으로 한 차례 더 낮추며 빨리 송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하정우는 "거액을 송금하면 금감원에서 조사가 들어온다"며 조금 더 기다리라고 회유했다.

하정우의 시간 벌기에 힘입어 경찰은 마침내 해커의 정체를 특정해 검거에 성공했다.

이들 해커 일당은 하정우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개인정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 이들 8명 가운데 5명에게서 6억 1000만원에 달하는 금전을 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일 해커 일당 2명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하정우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해외로 도주해 붙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