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헌 기자
  • 입력 2020.04.20 16:38

[뉴스웍스=이동헌 기자]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올 때마다 철렁해요.”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알아들을까 말까 하는 아이, 규칙을 자꾸 어겨 친구들하고도 잘 못 어울리는 아이, 여기저기 부딪혀 늘 멍투성이인 아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아이, 바로 산만한 아이다. 

미국 정신과 의사 윌리엄 도슨의 말에 따르면, 이런 산만한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부정적인 언어를 평생 2만 번 이상 듣는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부모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크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위로다. 많은 사람들이 ‘산만함’을 고쳐야 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아이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부모에게는 나아질 거라는 위로를 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연구들 역시 산만한 아이의 창의적인 재능에 주목하고 있다. 201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신경 다양성을 경쟁력으로’라는 기사를 통해 세계적 IT 기업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포드가 ADHD, 난독증, 아스퍼거 증후군 등 신경 다양성 인재를 발굴해 이뤄낸 혁신의 과정을 다뤘다. 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다르게, 유능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했다. 

저서 <산만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길벗, 2020)>은 이와 같은 시각에서 출발한 책이다. 아이의 산만함을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다뤄야 할 것’으로 접근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언어와 사고 실험실 연구 산학위원으로 뇌과학을 연구하며 주의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만났다. 이후 그러한 아이들의 잠재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신 뇌과학 연구들과 인지기능 향상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의 뇌 발달을 돕고 있다.
 
이 책 『산만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에서도 산만함은 역사적으로 볼 때 최근에 들어서야 ‘사회 적응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문제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최근 20년 정도는 ADHD를 필두로, 산만한 행동을 고쳐야 할 것으로 다뤄왔으나, 이는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갑작스레 ‘문제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특징일 뿐, 사실 그에 수반되는 강점도 많다는 것이 뇌과학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최근 들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DHD, 난독증,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지닌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뇌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약간씩 다르기에 세상에 대한 인식이나 사고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난독증이 있었지만 누구보다 그 창의적이었던 앤디 워홀과 피카소처럼 신경 다양성 인재들은 창의적이고 기발한 발상을 하는 데 큰 능력을 발휘한다. 

이 책은 산만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해, 과학이 발전하면서 산만한 행동이 어떻게 문제 행동으로 낙인찍히게 됐는지 알려주고, 산만한 행동 밑에 깔려 있는 뇌과학적 원인을 가르쳐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서 산만한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 학습 부진이나 교우 관계 부적응을 가정에서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 이슬기는 서울대학교에서 인지과학 박사를 수료했으며,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언어와 사고 실험실’의 산학협력 담당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수인재두뇌과학 분당센터에서 산만한 아이의 뇌 발달을 돕고 있으며, KT OLLEH TV ‘키즈랜드’ 자문위원과 한국 뇌파신경학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뇌과학, 심리학, 언어학, 철학, 인공지능이 융합된 인지과학을 전공했다. 그 과정에서 뇌 기능 발달과 연결된 언어-정서 발달에 주목, 글을 집중해서 읽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거나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등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주의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만났다. 이후 아이들의 잠재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신 뇌과학 연구들과 인지기능 향상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의 뇌 발달을 돕고 있다. 또한 산만한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지과학 분야의 이론 및 최신 연구들을 부모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어 네이버 부모I 전문가 섹션 및 강연, 방송, 상담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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