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4.21 09:57

6월 22일 공청회 갖고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예정

김영란 양형위원장이 지난 20일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JTBC뉴스 캡처)
김영란 양형위원장이 지난 20일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JTBC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n번방' 사건이 온 국민의 규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은 이번 박사방 사건을 비롯한 성 착취 범죄의 피해자 다수가 미성년자이고,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관련 범죄를 엄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의 양형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양형위는 회의를 마친 뒤 "소위 '디지털 성범죄'(명칭 미정)와 관련된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기존 판결에서 선고된 양형보다 높은 양형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검토를 위해 다음 달 18일 한 차례 더 회의를 열고 초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6월 22일엔 공청회를 개최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날 논의에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법정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죄에서 권고되는 형량보다 더 무거운 양형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는 처벌의 형평성보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엄벌을 내리는 것을 더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강간죄(7조 1항)와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으로 동일하다. 다만 아동·청소년 강간죄는 양형기준 기본 영역이 징역 5~8년이고, 가중되더라도 징역 6~9년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양형위의 결정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에 대해서는 가중 요소가 반영될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을 권고할 수도 있다.

특히 양형위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 양형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죄의 양형기준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징역 8~12년으로 가중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피해자 연령에 따라 양형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인 양형기준 설정을 위해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을 구분했다. 양형위는 법정형과 사회적 관심도 등을 고려해 '대유형 1'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대유형 2'를 '카메라 등 이용촬영', '대유형 3'을 '통신매체이용음란 범죄'로 구분했다.

조주빈(왼쪽)과 강훈(오른쪽). (사진=KBS뉴스 캡처)
조주빈(왼쪽)과 강훈(오른쪽). (사진=KBS뉴스 캡처)

이처럼 강화되는 양형기준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과 '부따' 강훈(18) 등 이미 기소된 박사방·n번방 관련자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양형기준안은 오는 6월 22일 공청회 이후에나 확정되는데, 양형위 운영규정에 따르면 양형기준안은 관보에 게재된 날 이후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형기준은 재판부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권고적 효력이 있는 만큼 박사방·n번방 관련 사건을 다룰 때도 해당 양형기준을 형량에 참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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