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4.21 19:40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흉선이 면역세포를 생산하는 중요한 기관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흉선이 청소년기부터 점차 퇴화하기 시작해 성인이 되면 작은 조직으로 흔적만 남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흉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흉선은 가슴 중앙의 양측 폐 사이에 있다. 정확하게는 갈비뼈로 불리는 좌우 늑골 중앙의 흉골과 심장 사이에 위치한다. 모양은 나비처럼 생겼으며, 퇴화하기 전까진 면역세포인 T세포를 만든다. 흉선은 신생아 때부터 자라기 시작해 사춘기에 정점에 달했다가 성인이 되면 크기가 5~25g 정도로 쪼글아든다.

문제는 흉선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퇴화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남은 흉선이 비대해지거나 종양이 생기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질환이 흉선종으로 불리는 '흉선암'과 자가면역질환인 '중증근무력증'이다.

흉선암은 흉선을 구성하는 상피세포의 과다증식에 의해 나타나는 악성종양이다. 국내 전체 암 발생의 0.3%를 차지할 정도로 드물지만 예후는 몹시 불량하다.

예컨대 흉선암의 5년 생존율은 초기에 치료할 때는 74~90%로 높지만, 3기에는 33~50%, 4기에 이르러선 24~40%로 극히 낮아진다. 흉선암은 40~60세에 주로 나타나며,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도 특징이다.

흉선암이 무서운 것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발병 사실을 모르다가 건강검진 등 흉부 X선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일부 환자에선 기침, 흉통, 흉부 압박감,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진단은 X선검사로 시작된다. 여기서 의심이 되면 흉부CT(컴퓨터단층촬영)를 촬영하고,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을 한다.

흉선암은 수술로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이다. 퇴화된 흉선은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절제를 해도 기능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의 병기와 완전절제 가능성, 그리고 조직학적 형태에 따라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흉선에 의한 중증근무력증은 전신에 있는 근육의 힘이 일시적으로 빠지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전신의 모든 근육에서 증상이 나타나 심지어 걷는 것 조차 힘들고, 호흡근육이 약화하면 자가호흡도 불가능해 진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살 수 있다.

흉선의 위치와 모양(그림 제공=고대의대 구로병원)
흉선의 위치와 모양(그림 제공=고대의대 구로병원)

중증근무력증의 확실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15%에서 흉선암이 발견되고, 65%에서 흉선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흉선비대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미뤄 흉선이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켜 중증근무력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증근무력증은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므로 수술이 가능한 환자에서는 발병 이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흉선암처럼 흉선을 절제하는 것이다. 가능한 발병 이후 서두르는 것이 예후에 도움이 된다.

수술기법도 많이 좋아졌다. 기존에는 가슴 중앙을 절개한 뒤 흉선을 절제했다. 그러다보니 가슴에 큰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흉강경 수술은 흉터를 줄일 수 있지만 갈비뼈 때문에 시야확보가 쉽지 않다. 완벽한 절제가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단점을 로봇수술이 보완하고 있다. 명치부분으로 접근해 흉터를 최소화하면서도 흉선을 완벽하게 제거해 최선의 결과를 얻는다.

두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까지는 없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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