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23 11:22
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심장이 완전히 정지된 이후에는 아무리 심폐소생술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환자가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최근, 여야 간에 지급범위와 지급대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과 관련돼 드는 단상이다. 

'긴급'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듯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위급해진 민생에 숨을 틔워주는 작용을 할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급 규모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빠른 지급'이 급선무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이왕 주기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면, '민생경제에 숨이 붙어 있을 때 지급하라'는 얘기다. 실제로 세간에선 '송장에다 캠플주사 놓으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적잖다.  

지금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정도를 넘어 명백한 위기 상황이기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사태의 여파로 2분기부터 실물·고용 충격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작년 말부터 잠시 이어졌던 투자·수출 회복세가 1분기 성장세 둔화를 다소 완충해 준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1.4%를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모습"이라고 피력했다.  

앞으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데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할 정도로 경제 상황은 암울하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미래통합당이 최근 들어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자주 입장을 변경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이로인해 국민들에게 '긴급'한 자금의 지원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래통합당이 자꾸 말을 바꾼다"며 "지난번 총선에서는 당 대표께서 전 국민 대상 지급하자고 얘기를 하셨다가 또 심재철 원내대표께서도 당정이 합의안을 먼저 만들어 오면 수용하겠다고 했다가 또 그러다가 어느 정도 안이 정리가 되니까 또 뭐 수정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또 이렇게 말씀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그런 얘기야말로 자칫하면 어깃장을 놓는 것이, 국정 발목잡기를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국민들이 보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기재부에다가 빨리 이 세부안을 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수정안, 세부안 내는 절차를 빼야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 의장은 "내용은 이미 다 나와 있기 때문에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면 되는 것"이라며 "현재 70% 지급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그런 내용으로 30% 추가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염태영 수원시장·이하 전국협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정부에 보편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했다.

전국협의회는 "재난에 대한 긴급한 지원이 목적이기에 지원 속도가 관건이고, 특히 현재의 지방정부 일선현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보편지급이 현실적"이라며 "선별적 지급을 통해 재정부담을 덜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실제 자산조사 과정에서 상당한 행정비용과 시간소요가 유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선별급여시 행정소요기간을 추정하면 최소 보름(15일) 이상이 소요되며, 신청 서류 안내 등과 판정 이후 지원불가에 대한 민원 반발 대응까지 고려하면 한달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더해, 전국협의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기초지방정부의 경우 비상대응에 들어간 지 오래됐고,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면서 이미 업무한계를 넘어선 상태"라며 전주시와 성주군의 공무원 2명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선별적 지급은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의 업무과중은 이미 과포화상태이고 선별급여 지급을 위한 유무형적인 비용을 들일 바에는 차라리 보편적 지급을 하는 게 낫다는 요지다. 

중요한 것은 긴급성에 대한 정치권의 명백한 인식과 그에 따른 정책 실행이다. 현재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는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어 보이지만, 현상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래도 미래통합당의 책임에 좀더 무게감이 간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민심과는 동떨어진 전략과 메시지', '매력이라고는 1도 없는 권위의식 가득찬 무능한 우물쭈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듯이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미래통합당에 대해 냉랭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이런 저런 사유를 붙여가며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을 보고 고질병이 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대여당을 견제해야할 통합당의 위상 유지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대두된다.

더군다나, 통합당이 이번 총선 참패를 딛고 일어서서 2년후 대선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더욱더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총론에 동의했다면, 부차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일일히 따지지 말고 통 크게 협력하는 이른바 '조건없는 협력'이 통합당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일각의 충고를 통합당은 되새겨야 할 것 같다.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춰가지 않는다면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여전히 통합당은 민심의 향배를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전인수격인 생각에만 사로잡힌듯 하다. 이리되면 2022년 대선 이후에는 자칫 국민들에게 더욱 외면 받아 당세가 축소되는 선거참패에 그치지 않고 아예 군소정당으로 몰락할 소지도 없지않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