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23 18:16

"직사살수 통해 얻을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

고(故)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머리에 맞고 쓰러져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이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머리에 맞고 쓰러지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동영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을 숨지게 한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3일 나왔다.

헌재는 "경찰이 2015년 11월 백 씨에게 직사살수를 한 행위는 백씨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고 판정했다. 재판관 8명이 위헌 의견을, 1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머리에 맞고 쓰러져 사망했다. 경찰은 백 씨가 넘어진 뒤에도 20초 정도 살수를 계속했고 백 씨는 결국 두개골 골절상으로 2016년 9월25일 숨졌다.

백 씨의 유족들은 2015년 12월10일 "경찰의 직사살수가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날 "직사살수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것이므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직사살수를 통해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백 씨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직사살수를 통해 억제함으로써 얻을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백 씨는 직사살수 행위로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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