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25 07:30

김중로 "김여정, 무소불위의 권력 장악해 2인자 역할 하고 있다고 봐야"
우정민 "'政軍 권력의 양립화' 차원서 김여정이 대남·대미 관계 맡을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속에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조심스런 반응 속에서도 김 위원장의 건강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일정기간 동안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중심의 과도 체제'를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외교안보 전문가들 세 명에게서 '향후 북한 지도부의 선택 예측'과 그 과정에서 '김여정 역할론'에 대해 들어봤다.

김중로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일 신변이상으로 인한 중대의 고비를 맞이하거나 사망했을 경우라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세습왕조체제인 북한에서 지도자는 곧 국가이고 체제이기에 자칫 김정은 사망이 통치 공백으로 이어져서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내란을 초래하면서 북한을 극도의 불확실성 상황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일 북한 군부의 동요로 인해 내란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 될 수도 있다"며 "특히, 그들이 핵무기를 갖고 어떤 위험한 불장난을 저지를지를 어느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김정은의 유고를 전제로 한 북한 권력의 후계구도'에 대해서도 예측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은 김정은의 과거 선대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36세의 젊은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 구도를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백두혈통'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거론되기까지 하는데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김여정은 올해부터 노동당 인사권을 장악 후 당의 모든 정책에 관여하며 김정은 위원장과 직거래를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개인 명의 담화를 내는 이례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제1부부장이 실질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며,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공식 서열이 10위권 밖인 점과 군에는 전혀 기반이 없는 점 등의 견해들을 종합해보자면 당·군에 새로운 실권 그룹이 생겨나면서 집단지도체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전 의원은 김정은 이상설의 진위보다 '우리정부의 대응책'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김정은의 후계구도에 대한 예측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황이 한반도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정부의 치밀한 대응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즉 미래의 한반도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대북 정보라인을 총동원 해 김정은의 신변상태를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해야 함은 물론이고 주변국 미·일·중·러와도 극비리에 정보공유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정은의 신변상태에 따른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체제 불안이 자칫 한반도의 불안으로 순식간 확대돼 주변국들의 한반도 개입으로 남북한이 전대미문의 불확실과 불안정 상태로 절대로 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외교안보 전문가인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여정 대두론'에 대해 "북한 체제는 철저한 1인 숭배체제로서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할 때에도 후계자 수업은 있었지만 권력의 분점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현재 북한 체제 내에서 김여정의 파워는 김정은에 의해 부여된 권력이지 김여정 스스로 만든 권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김정은이 유고 상황에 처할 경우 김정은이나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은 체제 안정을 위해 김여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김여정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당이고 그 핵심이 조직지도부임을 고려할 때 김여정은 북한 권력엘리트 중 핵심 직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특이한 관점도 제시했다. 그는 "김여정에게는 한 가지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군부, 특히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자신의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의 등소평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 만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통치했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 사망 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택동이 말처럼 전체주의 체제에서 권력 엘리트는 군을 장악하지 못한 채 1인자에 스스로 등극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김여정의 파워는 최고지도자의 총애를 받되, 최고지도자에 스스로 오를 수 없는 위치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해선 "김정은이 스스로 후계자를 남긴 채 사망에 이른다면 김여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2남 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 10세 전후의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며 "특히 중간단계의 관리자로서 혈육인 김여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도 혹시 모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김여정을 최고지도자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만 "김정은이 후계구도에 대한 권력안배를 현 단계에서 해 놓았는가를 관찰하면 아직 김여정에게 그러한 준비를 시키지는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김여정의 역할은 제한되어 있고, 가장 중요한 군부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여정 후계론은 너무 앞서가는 가정이기도 하다"고 전제했다.

민생당의 싱크탱크인 혁신과미래연구원의 우정민 부연구위원도 "김여정의 권력(힘)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평가·전망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첫째는 당 정치국에서 능력 검증과 영향력 여부다"라며 "김여정의 후보위원 등극은 실권 없는 비서로서의 그림자 역할로부터 당 정치국이라는 제도적 틀 내에서 체제 권한의 일부를 실질적으로 부여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당 중심 국가체제, 북한 관료 내 자리하는 가부장적 정치문화와 의식구조, 당 직책과 정권기구 지위 및 의전서열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김여정은 앞으로 위원을 거쳐 상무위원으로 진출 과정에서 자질과 능력을 지속적으로 검증받을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상에 버금가는 지도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어떤 식으로든 검증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째는, 외교 구사 행태 능력이다. 그는 "김여정이 북미 남북관계 단절국면에서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전례로 볼 때 앞으로 김여정이 주는 여성상과 행보는 외교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수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측면은 '군부의 통솔 능력의 여부'다. 그는 "북한 권력서열 내에 다수의 강경한 군부 세력을 통솔할 능력에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저평가한다"며 "국정원이 20대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북한 권력서열 평가 현황'에 따르면,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2020년 현재까지 당·정·군 출신별 권력을 분석한 결과 당 출신(60.5%)에 이어 군 출신이 23.5%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권력서열 10위 내 인원수(당 16명, 정 4명, 군 11명)로 단순 계산하면 군부 출신 권력 점유율은 35.5%를 차지한다"면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지 않는 한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핵 개발에 일등공신 역할로서의 막강한 군부의 실세와 영향력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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