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4.25 08:45

킹메이커·구원투수 경력 '재현' vs 전권 원하는 원외인사 한계 '노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 D-7 기자회견'에서 "미래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ㅏ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선대위원장.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제 21대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은 당의 지도체제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당을 수술대에 올려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면 최근 10년동안 통합당은 8번째 비대위를 탄생시키는 최초의 정당이 된다.  

통합당의 과거 전신 정당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그리고 자유한국당 시절 비대위의 역사는 ▲2010년 6월 김무성 비대위 ▲2011년 5월 정의화 비대위 ▲2011년 12월 박근혜 비대위 ▲2014년 5월 이완구 비대위 ▲2016년 6월 김희옥 비대위 ▲2016년 12월 인명진 비대위 ▲2018년 7월 김병준 비대위로 이어져 왔다. 

통합당은 거의 매년 비대위를 출범시켜 왔지만 두 번의 박근혜 비대위 이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없었다. 원외인사인 김 위원장이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성공한 박근혜 비대위…실패한 인명진 비대위

지난 2004년 '천막당사' 카드를 꺼내 들며 무너진 당을 재건했던 박 전 대통령은 7년 후 당에 위기가 찾아오자 구원투수 역할로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등장했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2011년 말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당 보좌진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개입 의혹 등으로 홍준표 대표 체제가 흔들리자, 한나라당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대위를 만들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변경해 당 분위기를 쇄신했다.또 현역 의원의 2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전체 의석수의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의 자리를 지켰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이 당시 박근혜 비대위에 참여해 총선과 대선 승리의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총선을 계기로 당에서 인정받은 리더십과 견고한 입지를 다지면서 그대로 대권에 도전해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이 총선은 물론 대권가도의 초석을 다지는 기반이 된 것이다. 

이같은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에서 대체할 만한 후보군이 없는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당의 장악력이나 재정비가 상대적으로 수월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까지 이어졌던 통합당 전신의 비대위들은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탄생한 인명진 비대위는 당명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변경하고 친박계 청산에 나서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정족수 미달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지 못하는 등 비대위 구성부터 친박계 반발에 부딪혀 난관에 봉착했다

이와 더불어 탄핵 후유증으로 비박계 중심의 잦은 이탈로 인해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면서 개혁의 동력마저 떨어졌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도 당원권 정지에만 그치면서 말뿐인 혁신 아니냐며 비판에 휩싸였고 결국 인명진 비대위는 친박의 벽을 넘지 못한 채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비대위 성공 요건은 강력한 리더십통합당, 외부인사 성공한 적 없어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를 성공적으로 운영해봤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직접 나서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 대표로 영입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해찬, 정청래 등 친노 핵심 인사들을 공천을 통해 정리하고 안보와 경제 정책에서도 우클릭하는 모습으로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그 결과로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됐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에 뿌리가 없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후원과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 당 쇄신을 과감하게 이끌어었던 것이다. 이러한 당의 안정된 기반을 다지게 된 문 대통령도 대권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성공했던 비대위의 경우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당을 운영했던 만큼 김종인 전 위원장 역시 '전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낙선하면서 권력의 진공 상태가 온 만큼 김종인 전 위원장의 전권 요구에는 명분도 따르는 모양새다.

통합당 관계자는 "그동안 비대위의 성공 여부는 결국 강력한 리더십이였다"면서 "대선 주자도 아니고 총선도 끝난 상황에서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은 전권밖에 없는 만큼 김종인 전 위원장도 이를 알고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당내 계파의 최고 수장이던 박근혜·문재인과 같은 최대주주의 지원을 받긴 힘든 실정이지만 친박계가 와해되면서 계파 색채나 계파 갈등도 줄어든데다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당 내에선 비대위원장에게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도 일정 부분 기대하고 있다.

차재원 전 새누리당 부대변은 "2012년, 2016년 두 번의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상당히 나름대로 킹메이커, 그리고 또 상당히 구원투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줬다"며 "그런 측면들 때문에 아마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이 상당히 나름대로 각광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킹메이커'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23일 라디오매체에 출연해 "차기 대선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통합당의 첨예한 과제"라면서 "앞으로 전망이 어떻게 설 수 있다는 나 나름대로의 개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가 성공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통합당 내부 반발이 변수다. 김 전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가 다수의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의견과 비대위를 만들더라도 내부 인사가 선봉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라며 "당의 미래를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은 계파 갈등 등으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지양해야 한다. 또 외부인의 손에 맡겨서 성공한 전례도 없다"고 공개 반발했다.

실제 통합당에서 외부인사를 통해 비대위를 출범했을 때 성공한 역사는 아직까지 없다. 2016년 총선에서 1당이 안됐을 때 선거가 끝나자마자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으로 시작한 비대위, 2017년에는 대선이 끝나고 나서 실시한 인명진 비대위 그 이후에 김병준 위원장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와함께 김 전 위원장의 '무기한·전권'을 둘러싼 반발 기류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선 "전권이 아니라 월권", "노욕(老慾)" 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내 최다선 반열에 오른 조경태 최고위원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지도부 구성으로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분석이 시급한 상황에서 비대위가 다음 대선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김종인 위원장이 진정 미래통합당을 원한다면 무리한 권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당헌당규의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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