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4.26 08:00

가점 주는 기사자격증 시험, 3월서 6월로 또 연기…올해 신규채용 중단·감소 기업 '급증'

인크르트가 262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발발 후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3분 1 수준으로 줄었다. (자료제공=인크루트)
인크르트가 262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발발 후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3분 1 수준으로 줄었다. (자료제공=인크루트)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A씨(29)의 계획은 '올스톱'됐다. 준비하던 일반기계기사 시험이 또 미뤄졌기 때문이다. 3월 시행될 예정이던 기사 필기시험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4월로 밀렸고, 지난 20일에 6월로 연기됐다. 물론 6월에 예정대로 시험이 진행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한다면 또 늦춰질 것이 뻔하다. 

공기업을 노리는 이공계 출신 취업준비생(취준생)에게 기사 자격증은 필수 스펙으로 꼽힌다. 공기업 대다수가 직무에 맞는 기사 자격증에 가점을 부여한다. 기사 자격증이 없으면 출발선부터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기사 시험은 대학 관련 학과 졸업예정이거나 4년 이상의 관련 업계 실무 경험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  

평소 영어 공부에 욕심이 있던 A씨는 잦은 휴학으로 남들보다 늦게 졸업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뒤 복학한 학교에는 아는 얼굴이 없었다. 지난해 오픽, 토익 등 어학성적을 갖춘 A씨는 올해 기사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물론 A씨의 계획에 코로나19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최근 신입사원 연령대가 높아졌다지만, 내년에 서른이 되는 A씨는 "하루하루가 초조하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올해는 사실상 공쳤죠 뭐"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채용시장은 얼어붙었다. 집단감염 우려가 여전한데다 대부분 업종은 매출 급감으로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버거운 지경이다. 이러다보니 대부분 기업의 신규 채용 일정은 기약 없이 밀렸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자격증·어학 시험 일정도 연기됐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어그러진 취준생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62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대졸 신입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가 신입사원 채용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전체의 84.9%에 달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10.6%, '전혀 그렇지 않다'는 4.5%에 그쳤다. 

'코로나19 발발 전 채용 계획을 세웠다'는 응답은 60.7%에 달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채용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21.1%로 줄었다. '올해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은 코로나 발발 전 8.7%에서 발발 후 19.4%로 2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응답기업의 71.1%는 '올해 채용 규모는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취업시장이 정상화될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취준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좌절감은 더욱 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22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위축'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2.7%가 '코로나19로 채용이 위축된 것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채용 공고 자체가 적어서'라는 이유가 71.8%로 가장 많았고 '채용 규모가 줄어서(37.2%)', '주요 기업들이 채용 진행을 취소해서(26.3%)' 등이 뒤따랐다. 

코로나19 종식 후도 문제다. 현재 추세로 볼 때, 2020년의 절반을 넘긴 6월 이후에야 밀렸던 채용·자격증 시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취준생들은 본래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문제가 없던 일정이지만, 일정이 바뀌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필수 자격증·어학성적 결과 발표보다 채용 일정이 빠를 경우, 입사 지원조차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국가기술자격시험 연기로 원서접수를 취소한 응시자는 차기 시험에 우선적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1일에는 기업·경제단체에 취준생의 어학성적 유효기간을 연장해 인정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취준생에 국한된 혜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령 취업 준비 기간이 짧아 시험 자체를 응시하지 못했다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부 취준생들은 불안감을 넘어 무력감을 호소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B씨(28)는 "시험 준비를 오래 한 편이 아니라 처음에는 좋았다. 공부할 시간이 더 늘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점점 의욕이 사라진다. 책을 펴면 잡생각이 자꾸 든다"고 토로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은 당초 지난 4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연기된 뒤 정확한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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