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4.27 20:35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고학철 교수

신경외과 고학철 교수
신경외과 고학철 교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쪽 얼굴이 실룩거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편측 안면경련’이다. 

안면경련 초기에는 눈 아래가 떨리고 눈이 저절로 감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은 아랫눈꺼풀에서 시작돼 윗눈꺼풀로 퍼지고, 심하면 한쪽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는 모든 얼굴근육으로 확장돼 눈이 감기는가 하면 입이 한 쪽으로 올라가 씰룩거린다.

안면경련이 발생하면 환자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서둘러 침이나 보톡스를 맞기도 하고, 마그네슘 부족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생각해 영양제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증요법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원인치료가 되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게 된다.

안면경련의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남성은 7.4명, 여성은 14.5명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안면경련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50대가 2만3085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60대와 40대가 뒤를 이어 편측 안면경련이 ‘중년의 병’임을 입증하고 있다.

편측 안면경련증은 대부분 얼굴을 지배하는 신경가지의 트러블 현상이다. 안면신경은 귓쪽에서 흘러나와 얼굴로 진행한다. 나이가 들면 혈관이 늘어지면서 귓쪽 뿌리 안면신경을 압박하고, 이곳 신경섬유들이 혈관의 맥박과 혈압에 의해 스파크를 일으켜 그 떨림이 얼굴로 전달되는 것이다.

따라서 안면경련을 원인치료하려면 말단신경에 영향을 주는 혈관을 뿌리신경으로부터 분리해 압박을 풀어줘야 한다.

이러한 시술을 ‘안면신경-뇌혈관 감압술’ 또는 ‘미세혈관 감압술’이라고 한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1970년대부터 안면경련 치료의 절대표준(Golden Standard)으로 정립될 정도로 인정받은 치료법이다.

수술은 귀 뒷부분에 약 7㎝ 피부를 절개하고, 수술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확인·분리하는 것이다. 이때 절연체로 솜(Teflon)을 안면신경 뿌리부위와 혈관 사이에 끼워 넣어 신경이 다시 자극받지 않도록 차단한다.

안면신경이 충분히 감압됐어도 신경 압박부위에 따라 일시적인 재발이 나타날 수 있다. 1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필자의 연구에서도 56명이 일시적인 안면경련 재발을 경험했다. 하지만 대부분 3개월 내에 점진적으로 개선됐다. 따라서 경험이 풍부한 외과의에 의해 신경감압을 받았으면 재발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연구내용은 국제학술지 ‘World Neurosurg’에 게재됐다.

약물치료도 시도하지만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약물은 스트레스나 정신적 불안감 등을 감소시켜 발작 횟수를 줄이는 효과는 있다. 보통 신경안정제, 혈관확장제, 항콜린 작용 약제, 국소마취제, 항경련제 등을 투여한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전신 마취하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술은 귀 뒷쪽 머리부위에 작은 동전 크기의 개두술을 통해 진행하며, 10일 정도의 입원을 필요로 한다. 보통 2주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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