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5.01 13:15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자취방은 엉망으로 변하게 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자취방은 엉망으로 변하게 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기자는 혼자 살고 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상경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그럭저럭 잘살고 있지만, 꿈꿔왔던 자취 생활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주로 인터넷에 출몰하는 '프로 자취러'를 보면 초라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느낌 있는 인테리어의 집에서 먹는 정갈한 집밥, 특별한 날 홈파티까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기자가 대한민국 자취 인구의 9할쯤을 대변할 평범한 사람인 탓이다. 

그런 기자가 '자취 선배'로서 알려주고 싶은 것은 '기본기'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자취생 멘탈리티'라고 할 수 있겠다. 자취의 꿈과 로망 다 좋지만, 일단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날이 늘어날수록, 자취 라이프는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린다. 집주인이 상주하는 하숙집과 룸메이트가 있는 기숙사와 달리 자신을 제어할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 사는 곳 맞아?'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냉장고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를 발견할 때마다 자취에 대한 환멸까지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편해야 할 공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한순간이다. 

일단 기본을 명심해야 한다. 로망은 그다음에 찾아도 늦지 않다. 

◆'한 번'으로 자취방은 변한다

최근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또, 또 한 번. 순간은 편하겠지. 근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자취생들은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한 번, 두 번 미루던 설거지는 걷잡을 수 없게 쌓인다. 귀찮으니 모아 버리려던 쓰레기는 도저히 한 번에 치울 수 없는 양이 된다. 집은 삽시간에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해충이 꼬이기도 한다. 밀린 빨래도 압박이다. 심할 경우, 당장 외출해야 하는데 입을 옷이 하나도 없는 상황도 생긴다. 

오늘 정리해야 할 것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된다. 원칙에서 어긋난 타협은 새끼를 친다. '오늘은 힘드니까 저녁 설거지만 내일 아침에 하자'고 물러서면 '설거지는 하루에 한 번 몰아서 하자'는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괜히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격언이 있을까. 한 번의 타협들이 모여 자취방은 변하는 법이다.

◆'귀찮음'에 '건강'을 팔지 말자

밥은 집에서 만들어 먹었으면 한다. 물론 매일 요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리가 취미인 경우에도 그렇다. 취미와 일과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취미를 의무적으로 매일 해야 한다면,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된다. 

사실 자취생 수준의 요리, 어렵지 않다. 레시피는 몰라도 상관없다. 유튜브에 그날 먹고 싶은 메뉴를 검색하면 수도 없이 나온다. 메뉴 이름 앞에 '백종원'을 붙여 검색하라는 꿀팁 아닌 꿀팁도 존재한다. 

문제는 '귀찮음'이다. 칼질하고, 끓이고, 굽고, 다 먹은 후 설거지도 해야 한다. 식자재는 조금만 방심하면 상해버린다.

그렇다고 매일 외식을 하자니 주머니 사정이 문제다. 한 끼 5000원으로 잡아도 하루에 1만 5000원, 한달에 약 45만원이 든다. 요즘 물가에 5000원으로 한 끼 때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돌고 돌아 라면이다.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즉석식품도 자취생의 주된 선택지다. 문제는 이런 식단이 건강에 최악이라는 점이다. 

결국 밥을 해 먹지 않으면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식비에 투자하거나, 20대의 젊은 몸을 믿고 데미지를 누적시켜야 한다. 어느 쪽도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사생활은 생각보다 소중하다

자취방의 '아지트'화를 피해야 한다. 나의 자취방이 모두의 공간이 되면 사생활은 사라진다. 집 비밀번호라도 알려주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난다. 물론 청소는 오롯이 주인인 여러분의 몫이다. 오죽하면 자취하는 것을 숨기는 사람도 있을까.

기자의 같은 학과 선배 A의 집은 아지트였다. A 선배 집 비밀번호 6자리를 모르는 학생은 간첩으로 불렸다. 막차가 끊겨 난감해하는 동기들을 재우기 시작하던 것이, 술값을 아끼기 위해 후배들을 자취방으로 부르던 것이 아지트화의 시작이었다. 음주가무를 즐기던 A 선배의 집은 그렇게 모두의 공간이 됐다. A 선배는 "술자리를 마치고 새벽에 돌아오면 이미 취해서 자고 있는 애들도 있다. 내가 언제든지 편하게 오라고 말했으니 이해는 하는데,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자고 있을 때는 난감하다"고 말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A 선배는 성인군자에 가까운 관대한 사람이었다.

물론 사랑하는 애인과의 관계에서도 자취방이란 개인적 공간을 사수해야 한다. 단칸방에서 누군가를 계속 의식하는 건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다. 나의 공간이 우리의 공간이 되는 순간, '오늘은 쉬고 싶다'는 말은 상대방을 서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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