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4.28 16:35

서울성모병원 오용석 교수팀 조사…"항응고제 사용 늘어나는데 뇌졸중 발생율은 오히려 증가"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승모판협착증 환자의 뇌졸중 합병증이 여전히 높아 현행 항응고제 치료약제의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오용석 교수(사진)와 의정부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김주연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승모판협착증 환자 4만2075명을 10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항응고제 치료는 늘었지만 뇌경색 발생률은 거꾸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승모판은 심장의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있는 판막이다. 혈액이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넘어갈 때 역류하지 않도록 밸브 역할을 한다. 이 판막은 주로 청소년기에 앓은 류마티열에 의해 손상된다. 판막이 망가지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좌심방이 커지고, 이로인해 심장박동 시스템이 망가져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이 발생한다. 심장이 파르르 떠는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문제는 심방세동이 나타나면 혈액이 심방에 고여 혈전(피떡)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혈전이 혈관을 떠돌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을 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쓰는 것은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하는 혈전방지 조치인 셈이다.

이번 추적조사에서 우리나라 승모판협착증 환자는 2008년 10만명당 10.3명에서 2016년 3.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청소년기에 주로 앓는 류마티열 환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승모판협착증 환자의 심방세동 동반 비율은 66.1%인 2만7824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심방세동이 승모판협착증 환자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라는 사실을 적시한다. 이에 따라 심방세동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응고제 치료는 2008년 58.4%에서 2016년 83.1%로 늘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항응고제 치료율이 향상됐음에도 뇌경색 발생 위험률이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모판협착증 환자 중 6965명(16.5%)에게 혈전색전증이 나타났으며, 이중 1606명(3.8%)은 두개내 출혈(뇌출혈)이 있었다. 특히 두개내 출혈의 경우 10년 동안 0.43%에서 0.72%로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또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및 전신색전증은 2.19%에서 2.26%로 늘어나 심방세동을 동반하지 않은 환자(각각 0.26%, 0.31%)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오용석 교수는 "이러한 통계가 기존의 항응고제 치료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승모판협착증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에겐 와파린과 같은 비타민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만 인정하고 있다.

오 교수는 “현재 뇌졸중과 두개내 출혈감소 효과가 와파린보다 우월한 비-비타민K 길항 항응고제(NOAC)가 쓰이고 있다"며 "승모판협착증을 앓고 있는 심방세동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예방치료법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인 '심장학'(BMJ Journals Heart) 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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